
국내 명문 대학들이 해외의 다작(多作) 학자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실질적인 학술 교류나 국내 체류 없는 소위 '학술 용병'으로 동원한 점이 포착됐다. 글로벌 평가 순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들 대학은 국제화 시대의 연구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최근 수년간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 소속의 연구자들을 객원·특임 등의 비전임 교수로 한꺼번에 대거 영입한 사실이 30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국내에 장기 체류하지도, 강의를 맡지도 않았다. 심지어 국내 연구자와의 협업이 전무한 경우도 많았다. 소속만 연세대·고려대로 올려 둔 셈이다.
이는 대학평가기관의 '소속 병기' 기준의 빈틈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나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같은 글로벌 평가기관들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논문이 게재될 때 소속처가 2∼3개 기재되면 해당 기관 모두의 실적으로 인정한다.
대학이 해외 학자들에게 국내 장기 체류나 대면 강의 의무 없이 교원 자격을 부여하면 해당 학자가 논문을 쓸 때마다 제2, 제3 소속으로 한국 대학 이름을 끼워 넣을 수 있다. 이로써 해당 대학의 연구 실적이 늘어나는 것이다.
연세대는 2017년부터 '연세대 프론티어 랩(YFL)'을 만들어 우수 교원 초청 사업을 해와 이러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활용한 곳으로 지목된다. 논문에 소속 학교를 연세대로 명기할 경우 인센티브까지 줬다. 연세대의 QS 순위는 2018년 100위 밖에서 2023년 70위권으로 급등했다.
고려대도 2023년 국제 연구 네트워크 'K-클럽(K-Club)'을 출범해 인용지수가 높은 외국의 고인용 연구자 150여명을 임용했다. 고려대의 THE 세계대학 순위는 2024년 201∼250위 구간에서 2025년 189위로, 올해엔 156위로 단숨에 올랐다.
대학들은 이를 두고 정당한 생존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고려대의 경우 외국 석학들과의 협력이 활성화되며 자교 연구 역량이 실질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실질적인 연구 협력 없이 논문에 여러 기관을 기재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문어발식' 행태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대학이 순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저명 학자들에게 거액을 주고 자교 소속 기재를 요청했다가 국제적인 '매수 스캔들'이 된 사례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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