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톨게이트' 현실로…유가 더 뛴다

이지효 기자

입력 2026-04-02 17:26  

    <앵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용하는 국가가 스스로 해결하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국제 유가 상승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배에 통행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에도 충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산업부 이지효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다소 진정됐던 국제 유가가 발언 직후부터 가파른 오름세네요.

    <기자>

    종전 기대감에 장중 99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급등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후 4시 20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6.04% 오른 배럴당 106.17달러를 기록했고요.

    브렌트유 선물 역시 6.41% 뛴 배럴당 107.6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시설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국책 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74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쟁 이전 대비 약 176% 높은 수준인데요.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KIEP는 "하한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충격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국제 유가가 오르는 것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 때문 아닙니까?

    <기자>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입니다.

    유가 급등의 이른바 '트리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도, 전 세계도 전쟁이 커져도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죠.



    오늘(2일) "미국은 이제 중동에서 완전히 자립했다, 그들의 석유나 자원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다른 국가를 향해서도 "미국에서 석유를 사라"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다만 원유는 글로벌 가격으로 거래됩니다.

    미국산인 WTI도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와 연동됩니다. 산지가 달라도 가격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중동발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뛰면 미국산에도 수요가 몰리면서 동반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미국 주유소 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로 경질류 생산이 늘었습니다. 다만 정유 시설은 여전히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무거운 원유를 쪼개서 휘발유나 디젤을 뽑는 건데요.

    이런 이유에서 미국은 원유를 수출하는 동시에 중질유를 수입하는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죠.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제 비용이 따라가 그 부담이 미국 소비자에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요?

    <기자>

    블룸버그통신이 현지시간 1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 겁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선박 운영사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 회사에 연락해 선박의 소유 구조, 선적, 화물 명세서, 목적지 등을 제출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자료를 분석해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국가와 연관성이 없는 지를 확인하고요.

    심사를 통과하면 통행료 협상이 시작됩니다. 이란은 국가를 1~5등급으로 분류해 놨습니다.

    이란에 우호적으로 간주되는 국가의 선박이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통행료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상 시작가는 일반적으로 배럴당 약 1달러인데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적재 용량이 통상 200만배럴인 점을 고려하면 통행료로 200만달러, 30억원을 징수하겠다는 뜻입니다.

    한국해운협회는 오늘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44척 가량 통과했는데 척당 200만달러를 낸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배럴당 2달러 수준으로 '호르무즈의 톨게이트화'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란이 이렇게 마음 대로 통행료를 거둘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호르무즈 해협은 여러 나라에 둘러싸인 바다의 일부입니다.

    원칙적으로 통행료 부과는 국제법 위반입니다. 다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집행 수단이 없는 점이 문제입니다.



    시장에서는 통행료 부과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통제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는데요.

    공급이 즉시 끊기지 않아도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움직이는 게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통행료가 공식화하면 운송비와 보험료는 물론 공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져 국제 유가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됩니다.

    한국은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습니다. 두바이유 수입 의존도는 70% 안팎에 달하는데요.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요.

    항공·해운 같은 운송업 역시 연료비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게 됩니다.

    또 발전 비용이 늘면서 전기료는 물론 반도체·철강 등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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