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경영의 걸림돌이 되는 이유

입력 2026-04-18 15:43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이사들에게 당기순이익의 꾸준한 발생은 사업의 성공을 상징하는 가장 기쁜 지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적절한 출구 전략 없이 사내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머지않아 재무적 리스크로 돌변하곤 한다. 많은 경영자가 경기 불황이나 예기치 못한 경영 위기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배당이나 상여 지급을 미룬 채 이익금을 내부에 유보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현금 흐름과는 무관하게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비상장 주식 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가업 승계나 상속, 증여 등 지분 이동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시점에 세계 최고 수준인 50%의 상속·증여세율과 맞물려 평생 일군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거대한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의 위험성은 무엇보다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익잉여금은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숫자가 아니라 이미 시설 투자,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다양한 형태의 비현금성 자산으로 녹아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작 거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시점에는 수중에 가용할 현금이 턱없이 부족해 기업 자산을 급매하거나 심지어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별세한 한 호남권 중견 건설그룹 창업주의 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평생 검소하게 내실 경영을 다져온 덕에 기업 가치는 수천억 원으로 평가되었으나 유족들이 짊어져야 할 상속세만 무려 4,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기 때문이다. 자산 대부분이 비상장 주식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 원의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 확대나 주식담보 대출,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 사활을 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권 대출이나 입찰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이익잉여금이다. 사업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고자 결산서를 편집하거나 업종 특성상 납품 조건에 맞추기 위해 고의로 비용을 누락시켜 발생시킨 이익은 실제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아 해결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실체 없는 장부상의 숫자가 세무상으로는 실제 이익으로 간주해 세금 부담만 가중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20년 넘게 운영해 온 김 대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오로지 위기 대비를 위해 이익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쌓아 두었으나 갑작스러운 유명을 달리한 후 남겨진 가족들은 누적된 이익잉여금 탓에 치솟은 주식 가치로 인해 막대한 상속세 고지서를 받아야 했다. 뒤늦게 사업 정리를 검토했으나 이 또한 주주 배당으로 간주해 또 다른 거액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에 유족들은 진퇴양난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러한 재무적 난관을 해소하는 가장 정석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전략적 배당의 활용이다. 기업에 일정 수준의 현금성 자산이 확보되어 있다면 매년 정기적인 배당을 통해 이익잉여금을 단계적으로 사회화하고 주식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하거나 낮은 비율만 수령하고 자녀 등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하는 차등배당은 절세 효과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자산 형성 근거를 합법적으로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상속 및 증여 설계의 핵심 카드로 꼽힌다. 또한 임원 급여의 적정 수준 인상, 성과 상여금 지급, 혹은 직무발명보상제도 등을 병행하여 그해 비용을 적절히 발생시키고 이를 누적된 이익잉여금과 상계 처리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배당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법률적, 세무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법인의 정관에 배당 관련 규정이 명확히 정비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인의 이익을 개인 자산화하는 과정인 만큼 근거가 미비할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 등 세무조사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인 2,000만 원을 고려하여 주식을 사전에 가족 등에게 분산하고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시기를 골라 실행하는 등의 전략적 안목도 요구된다. 배당 가능 이익의 범위 내에서 상법상 주주 평등의 원칙을 준수하며 적법한 주주총회 결의 절차를 거치는 것 역시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성공한 기업의 진정한 기준은 매출액의 크기가 아니라 그 성과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고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방치하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영의 걸림돌이 되지만 체계적인 출구 전략을 통해 관리하면 가업 승계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전문가와 함께 상법과 세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배당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최적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퇴직금, 제도 정비, 명의신탁 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 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 법인 설립, 상속, 증여, ESG 경영,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글 작성] 강성득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위 칼럼의 내용은 작성자의 전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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