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대통령 꼭두각시 아니다"…대차대조표 축소 강행 시사

김종학 기자

입력 2026-04-22 08:24   수정 2026-04-22 08:39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할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미 민주당의 공격을 거듭 부인했다.

2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케빈 워시 후보자는 “대통령이 저를 이 자리에 지명하였으며, 연준 의장이 된다면 독립적인 행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 케빈 워시 후보자가 연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Sock puppet)’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워시 후보자는 이날 약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 과정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받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통령은 저에게 연준 재임 기간 어떤 회의에서도 금리 인하를 약속하도록 요청한 적이 없다"며 “설령 그런 요청이 있었다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빈 워시 후보자는 과거 연준 이사 재임 시절부터 오랜 기간 매파적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하반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통화 완화 쪽으로 점차 입장을 선회해왔다.



그는 청문회 이전부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비대해진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전면 손질하고, 인플레이션 평가와 대응에 대한 기준을 바꾸겠다는 개혁안을 준비해왔다.

케빈 워시는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사설을 통해 “연준의 비대한 대차대조표가 지난 위기에 대형 금융사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상당폭 축소하여 가계와 중소기업을 지원할 더 낮은 금리로 재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도 “2006년 연준에 있을 당시 8000억 달러 수준이던 대차대조표가 10배 가까이 불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낮은 금리, 양호한 인플레이션과 강한 경제를 가질 수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1년과 2022년 정책 오류로 인한 유산을 우리가 다루고 있다”며 "정책 운용의 체제 전환과 새로운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연 1% 수준의 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이 물가 상승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크리스 반홀렌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주)의 질의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연준의) 많은 동료와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다”면서 “미래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 미리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사전에 향후 금리 경로를 시사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상적인 소통 수단의 하나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경제 전망 또는 점도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향후 경로에 대한 우회적인 전망을 제공해왔다.



케빈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의원들의 질문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연준은 일시적 충격보다는 인플레이션 기조를 우선 살피는 쪽으로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제롬 파월 의장 체제의 연준이 통화 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아온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자체의 적절성까지 문제 삼았다.

워시 후보자는 근원 PCE가 “실제 물가 흐름이 아닌 대략적인 어림짐작에 불과하다”며 공식 경제 지표에 대한 의존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케빈 워시 후보자는 인준을 통과할 경우 역대 연준 의장 가운데 최고액 자산가에 오를 전망이다.

그와 배우자인 제인 로더(에스티 로더의 손녀)의 공동 신고 자산은 최소 1억9200만달러(약 2855억 원, 달러당 1486.5원 기준)에 달하며, 스페이스X, 폴리마켓 지분 등을 포함한다.

또한 기존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상당수 종목의 세부 보유 내역은 공개되지 않아, 실제 합산 순자산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미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워시 후보자가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저거넛 펀드(Juggernaut Fund)’ 등을 통해 연준의 감독 대상인 은행 지분을 간접 보유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워시 후보자는 미 정부윤리국(OGE)의 기준에 따라 인준 후 90일 이내에 보유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명 석 달 만에 청문회를 소화했지만, 인준의 최대 변수는 재산 논란 등이 아닌 공화당 내부의 반발이다.

공화당 내에서 워시 후보자의 인준에 제동을 걸어온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주)은 법무부의 파월 의장 관련 조사가 종결되기 전에는 연준 인사 어느 건에도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삼은 연준 본부 공사비 초과분의 상당 부분이 석면 제거, 지반 문제 등 설명 가능한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문제 삼은 미 법무부의 수사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제롬 파월 의장은 다음 주 열리는 4월 FOMC를 끝으로 오는 5월 15일자로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기자회견에서 “후임자가 임기 종료 시점까지 인준을 받지 못하면, 인준 완료 시까지 임시 의장으로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파월 의장은 같은 자리에서 “법무부의 조사가 투명하고 확실히 끝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날 의사가 없다”면서 연준 본부 공사비 문제로 인한 소송에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CN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연준 본부 공사 관련 수사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하는 등 갈등은 현재 진행 상태다.

케빈 워시 후보자를 통해 통화 정책 주도권을 쥐려는 미 백악관의 의도와 달리,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 의원의 표결 이탈 가능성과 민주당의 반대로 인해 차기 연준 의장 인준 절차는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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