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황의 슈퍼사이클이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지수 상승을 넘어 기업 이익 성장이 가계 소득 증대와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장세의 정점에서 나타나는 업종별 차별화 현상에 주목하며 하반기를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코스피 지수는 과연 어디까지 오를지, 현재는 주식시장의 4계절 중 어느 계절에 와 있을지 살펴본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 실적으로 증명하는 '코스피 8800' 계산법
9일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7500에서 88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핵심 동력으로 반도체 업종의 압도적인 이익 전망치 상향을 꼽았다.
반도체 업종은 2월 말 대비 순이익 전망치가 74% 증가하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반도체 업종에서만 534조원의 순이익이 예상되는데 여기에 PER 7배를 적용하고, 비반도체 업종의 순익 219조원에 PER 15배를 적용하면 코스피 8830 도달이 가능하다는게 대신증권의 설명이다.현재 반도체의 PER이 4.6배 수준임을 감안할 때 실적에 근거한 가치 재평가만으로도 지수는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보여주는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2월 말 611.6에서 5월 7일 기준 977.8까지 수직 상승하며 지수 상승의 견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7.66배로, 이는 코로나 시기 저점(7.52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 '통화정책' 하반기에 증시 변곡점 올까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8800을 향하는 흐름 속에서도 유가와 물가 수준에 따른 '통화정책 변화'를 하반기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100%를 상회할 경우 실적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강화될 것"이라며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물가가 3% 내외에서 안정되며 연준이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나리오 △물가가 4% 이상 급등하며 긴축으로 급선회하는 시나리오 등을 열어두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선행 EPS 꺾이기 전까지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수가 8500선 이상으로 진입하는 시기부터는 점진적으로 배당주나 방어주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지수가 단기 과열 해소 국면에서 등락을 보인다면, 이는 적극적인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그는 현 시점에서 수익 극대화 포트폴리오로 △반도체 △2차전지를 핵심 업종으로 제시했다. △수출주(자동차·조선) △성장주(인터넷·제약·바이오)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 '부의 효과'와 소비 확산
삼성증권은 현재 한국 경제가 '기업의 높은 이익'과 '가계 소득 증대'가 맞물리는 전방위적인 부의 효과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투자정보팀은 보고서에서 "올해는 모든 경제주체가 돈을 벌고 있다"며 "자산 가격 상승과 소비 확대라는 부의 효과가 발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이 성과급 지급을 확대한 결과 300인 이상 기업의 올해 2월 평균 임금은 작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872만원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2020년 코로나 시기에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도 자산 증대와 함께 해외 여행이 막히며 소비 자금이 국내 명품 등으로 쏠렸던 것처럼, 현재는 중동 사태 여파로 유류할증료가 폭등하며 해외 여행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천~뉴욕 기준 유류할증료가 1월 11만 5천원에서 5월 65만 4천원으로 5배 넘게 오르면서 여행 대신 국내 프리미엄 소비가 활성화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 살아나는 소비, 미용기기·화장품·백화점 주목
가계의 유동성은 '외모 관리'와 '프리미엄 소비'라는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삼성증권은 "소비여력 확대와 함께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미용의료 시술 증가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먼저 미용기기 분야에서는 클래시스가 볼뉴머와 슈링크 등 제품을 앞세워 올해 영업이익이 2340억원(전년 대비 +40.1%)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장품 분야의 에이피알은 글로벌 시장 확장세에 힘입어 올해 6490억원(+86.8%)에 달할 전망이다. 백화점 업종 역시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삼성증권은 분석했다.
● "여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대신증권은 일본의 투자 전문가 우라가미 구니오가 만든 '주식시장 사계절' 이론을 통해 현재 우리 시장의 위치를 설명한다. 시장을 금리와 실적에 따라 봄(금융장세), 여름(실적장세), 가을(역금융장세), 겨울(역실적장세)로 나누는 것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지금은 기업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여름 실적장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주가가 주춤하는 '역금융장세'가 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2027년쯤 기업의 이익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뜨거운 상승장을 즐기되, 하반기부터는 금리 방향과 물가 수치를 꼼꼼히 살피며 자산을 안전하게 나눠 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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