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26척 가운데 1척이 한국 정부와 이란 당국 간 외교 협의를 거쳐 처음으로 해협을 통과했다.
외교부는 20일 "우리 유조선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항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와 선박 위치 추적 정보사이트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최근 피격된 나무호와 같은 선사인 HMM이 운영하는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다. 원래 카타르 인근 해역에 있다가 지난 19일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약 10명이 승선해 있는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했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유조선이 이란 측과 협의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란 당국과 협의를 마쳤고 그래서 어제부터 항행을 시작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통과하고 있다)"면서 "200만 배럴"이라고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안전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유관국과 조율 하에 이동이 이뤄졌다"면서 "비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란 측이 지정한 항로를 따라 해협을 통과했지만 정부나 선사 모두 이란에 통행료나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8일 밤 주이란한국대사관을 통해 해협 통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은 조 장관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나무호 피격 관련 사실관계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요구한 다음 날이다.
외교부는 이란 전쟁 이후 4차례의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 및 약 2주간 외교장관 특사 파견·양국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 및 주한이란대사관 등 각급 외교채널을 통해 이란 측에 모든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을 지속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통행 허용이 나무호 피격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이 한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통행에 동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머지 25척 통과도 과제다. 정부는 한국인 선원 다수 탑승 여부와 한국에 필요한 화물 선적 여부 등을 기준으로 협의 대상 선박을 선정해 이란과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란이 자국 지정 항로 이용을 요구하는 가운데 일부 선사는 안전 문제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해협 통행을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선사와 선박을 제재하겠다는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부 차원의 교섭은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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