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HD현대중, 하청 노조 단체 교섭 의무 없다"

배창학 기자

입력 2026-05-21 16:56  

전원합의체, 하청 노조 상고 기각 "하청 단체 교섭 의무 부담 신중히" 노사 관계 사용자 범위 확대로 갈등
HD현대중공업 CI (HD현대중공업 제공)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조합이 지난 2017년 원청을 상대로 낸 단체 교섭 청구 소송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라며 원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가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 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 교섭 청구 소송에서 하청 노조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인 구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기존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1986년 원청의 사용자성에 관해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 제공과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넘어 단체 협약 체결을 위해 단체 교섭에 응할 적극적 의무도 부담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등 일부 대법관은 "근로 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수급 근로자의 노조에 관해 단체 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라며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하청 노조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6년 단체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7년 1월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HD현대중공업이 단체 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하청 노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하청 노조가 불복해 대법원은 2018년 12월부터 사건을 심리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3월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시행됐다. 개정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장에 대한 교섭 요구가 이어져 원·하청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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