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롭게 취임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냉혹한 첫 번째 물가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완강한 가운데 미·이란 간의 극적인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을 두고 팽팽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 급등하며 거의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불안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겹치면서 물가 하향 안정화 경로가 정체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행히 월간 상승률이 0.2~0.4% 수준으로 완화 흐름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세부 소비 내막은 우려를 자아냅니다. 미국인들의 소비 지출은 유지됐으나 이는 소득 증가가 아닌 저축을 헐어 쓴 결과로, 미국의 저축률은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습니다. 지갑이 가벼워진 흐름을 반영하듯 기업 투자 역시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단순히 미래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연준의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습니다.
매파적 분위기로 무거워지던 시장을 구원한 것은 야간에 터진 극적인 외교 뉴스였습니다. 미 매체 엑시오스(Axios)는 미국과 이란이 일단 60일 동안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핵 문제를 테이블 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현재 이 합의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해소되면서 불안해하던 주식시장은 즉각 반등했습니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보도 직후 상승 전환에 성공했고, 다우 지수 역시 강보합권에서 버티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과 향후 이란의 실질적인 핵 포기 이행 과정에서 치열한 밀당이 예상되는 만큼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입니다.
이러한 지수의 안도 랠리 속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시장의 과열을 경고하는 리포트를 내놓았습니다. BofA가 제시한 첫 번째 차트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기업들의 장기 이익 성장 기대치는 2022년 초 이후 거의 4년 만에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과거 역사적으로 이 지표가 정점에 달했을 때의 후행 수익률입니다. BofA의 두 번째 차트는 현재의 높은 기대치 위치가 과거 2000년 닷컴버블 정점, 그리고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서기 직전이었던 2021년 말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시장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탓에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작은 실망감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잔혹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반면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던 2009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에는 이후 1년간 주가가 40% 이상 폭등한 바 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차트를 통해 "과거의 버블기와 지금은 펀더멘털부터가 다르다"며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첫 번째 차트를 보면, S&P 500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르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향후 이익 전망치(전망 EPS)는 주가보다 훨씬 더 가파른 궤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 실적 없이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것과 달리, 현재의 랠리는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체력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두 번째 차트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약 10% 상승하는 동안, 월가에서 상향 조정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무려 15%나 상승했습니다. 주가 상승폭보다 벌어들이는 돈의 증가 폭이 더 크다 보니, 증시의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은 오히려 올해 초보다 4%가량 낮아졌습니다. 주가의 절대적인 숫자는 커졌지만 기업들이 돈을 워낙 잘 벌어주면서 주식 자체는 올해 초보다 지금이 더 저렴해진 일명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상태라는 설명입니다.
결론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시장의 속내 수준이 매우 실하고 견고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지수가 골드만삭스가 기존에 제시했던 올해 목표치인 7,430선에 너무 빠르게 도달한 만큼, 단기 숨 고르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6월까지는 상승 흐름을 타더라도, 7월에서 9월 사이의 여름 휴가철에는 시장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는 '소나기 장세'가 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BofA의 경고대로 계절적 요인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골드만삭스의 분석처럼 탄탄한 이익 모멘텀이 유지된다면 하반기 증시는 결국 8,000선을 향해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지수 흔들림에 과도하게 흔들리기보다는, 대형 기술주와 소프트웨어 전반의 실적 성장성이라는 큰 그림과 방향성을 확인하며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미증시 #PCE물가 #케빈워시 #미이란합의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밸류에이션 #여름조정론 #월가IB리포트
박지원 외신캐스터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