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력기기 업종 주가가 한 달 새 평균 38% 급락하며 해외 경쟁사 대비 저평가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를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아닌 수급 로테이션(자금 이동)의 결과로 보고, 2분기 실적 시즌을 밸류에이션 회복의 기회로 지목하고 있다.
1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2028년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22배로, 한 분기 만에 해외 경쟁사 평균(23배)을 밑돌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3개월 전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대형주로 AI 테마 자금이 이동하면서 전력기기 ETF 환매와 바스켓 매도가 맞물려 낙폭이 커졌다"며 "업황 피크아웃이 아니라 수급 로테이션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수급보다 수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분기 주요 변압기 5개사 합산 신규 수주는 8조5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주 잔고는 34조5천억원으로 37% 늘어났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튼, ABB는 비용 증가를 이유로 데이터센터용 배전기기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 회복과 미국 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잇따라 상향된 데다, 미국 전력회사 AEP가 2030년까지 추가 전력 수요 63기가와트(GW)를 제시한 점도 우호적으로 평가된다.
증권가는 주요 4개사의 올해 신규 수주가 기존 연간 목표치보다 평균 20%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중공업은 1분기에 이미 연간 목표의 절반을 채웠고, LS ELECTRIC은 4월 이후 북미 데이터센터와 블룸에너지(Bloom Energy)향 수주만 약 8천억원이 확인됐다.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공통적으로 LS일렉트로닉과 효성중공업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효성중공업은 765kV 초고압 변압기와 GIS/GCB(고압 차단·절연 장치), LS일렉트로닉은 데이터센터 배전 인프라와 온사이트(현장 직접) 전력 패키지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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