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8조 원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의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로 한화오션이 선정됐습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넘어 수상함 주도권을 잡게 됐지만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우위 속에서도 보안 감점에 발목이 잡혀 고배를 마시게 됐습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받던 한화오션이 승기를 잡았는데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요?
<기자>
한화오션이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얻은 건 단순히 함정 1척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걸 넘어섭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는 한화오션이 개념 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 설계를 마치고 이어지는 상세 설계 그리고 선도함 건조를 놓고 경쟁하던 프로젝트입니다.
양사는 10년간 이어진 경쟁 과정에서 서로 소송을 불사하며 법적 분쟁을 벌이는 등 사업자 선정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오는 2036년까지 진행될 5척의 후속함 건조도 쥘 수 있어섭니다.
1번함을 지으면 총 3단계의 설계 자료는 물론 건조 경험과 노하우, 시험 평가 데이터를 확보해 다음 수주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KDDX의 총 사업비는 7조 8,000억 원에 달하는데 금액 대다수가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그리고 후속함 건조에 치중됩니다.
돈도 돈인데 이번 사업자 선정은 한화오션에 회사의 체급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군함의 경우 한화오션은 잠수함,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에 특화됐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한화오션이 첨단 기술이 집약된 최신 수상함, 이지스 구축함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제쳤다며 주목하는 겁니다.
한화오션이 제때 배를 잘 만들어 해군에 인도하게 되면 또 다른 국내외 수상함 사업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룹으로 넓히면 한화오션의 선체에 한화시스템의 전자 장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장과 추진체를 얹어 패키지로 팔 수도 있습니다.
<앵커>
반대로 일감을 내주게 된 HD현대중공업에는 어떤 파장이 일까요?
<기자>
거꾸로 HD현대중공업이 잃은 건 함정 1척만이 아닙니다.
한화오션에 KDDX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내주면서 독보적이던 수상함 강자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본 설계를 통해 함정의 뼈대를 세웠는데 개념 설계로 틀만 잡은 한화오션에 배를 넘기게 되면서 더 큰 상처로 입게 됐습니다.
가장 뼈아픈 점은 상세 설계에 더해 선도함 건조도 놓치면서 5척의 후속함 수주전에서 불리해졌다는 겁니다.
HD현대중공업은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모든 시리즈의 구축함을 지은 유일한 조선사입니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이 어제(11일) 집계한 제안서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술 관련 항목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크게 앞섰습니다.
그럼에도 0.5867점 차이로 수주전에서 진 건 보안 감점이 1.2점이나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에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 디브리핑 신청을 통해 세부 사항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다만 방사청이 지정한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적용 만료일은 오는 12월 6일입니다.
후속함 건조 사업 입찰이 공고될 때면 보안 감점을 덜어낸 채 경쟁할 수 있어서 만회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KDDX 관련 군사 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임직원들의 유죄 선고에 따라 방사청 입찰 사업 참여 때마다 보안 감점을 받는 중입니다.
이에 2022년, 2023년 유죄 선고된 사건이 같다며 보안 감점 적용이 끝났다고 주장 중인데 방사청이 사안이 다르다며 적용을 연장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수주전의 변수였던 보안 감점이 결국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건데 다른 변수는 없습니까?
<기자>
평가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달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방사청이 결과를 통보하면 HD현대중공업이 예고한 것처럼 업체들은 디브리핑 같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의 신청이 끝나야 방사청이 우선 협상 대상자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 체결 시점은 오는 7월이나 8월 중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반발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뒤집을 여지가 없어섭니다.
HD현대중공업은 법원에 방사청의 보안 감점 적용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불복하고 항고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앞서 제안서 평가가 방사청의 재량이라고 인정해 항고에서도 평가 절차나 산정에서의 부당함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HD현대중공업은 번복 요구보다는 애매했던 보안 감점 규정을 손보는 쪽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방사청도 오늘 오전 백브리핑을 통해 항고에 접어들었지만 법원이 이미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며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여러 갈등으로 KDDX 전력화 일정이 수년이나 밀린 만큼 혹시 모를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도리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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