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만 찾은 젠슨 황…'일본 패싱'에 닛케이 "일, AI혁명 도태 위험"

조현석 부장

입력 2026-06-14 22:55   수정 2026-06-14 23:49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과 대만을 잇달아 방문하며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도 일본은 찾지 않자 일본 현지에서 강한 위기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이어진 황 CEO의 아시아 순방 결과를 집중 조명하며 "이번 '재팬 패싱'은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경쟁력 약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혁명에서 일본이 완전히 뒤처질 수 있는 위험성을 시사한다"고 14일 보도했다.

황 CEO는 지난달 말 대만을 찾아 2주간 머물며 TSMC, 폭스콘 등 현지 정보기술(IT) 대기업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만에 연간 1500억 달러(약 227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한국을 방문해 SK, LG,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이른바 '삼겹살 회동'을 하고, tvN 예능 프로그램 녹화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시구에 나서는 등 3박 4일간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닛케이는 황 CEO가 한국과 대만을 단순한 부품 공급처가 아닌 AI 미래를 함께 설계할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장 없는 팹리스 기업인 엔비디아에 대만 TSMC의 위탁생산과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한국과 대만은 엔비디아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대만에 비해 파트너로서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반도체 장비나 웨이퍼 등 소재 분야에서는 강점을 지녔지만, 엔비디아와 직접 손잡고 글로벌 AI 패권을 다툴 만한 빅테크 기업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본의 한 장비업체 간부는 엔비디아를 두고 "우리 고객사(TSMC 등)의 거래처일 뿐"이라며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부족함을 시인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일본을 '동반자'가 아닌 단순한 '소비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닛케이는 "최근 앤스로픽, 팔란티어 등 미국의 유력 AI 기업들이 잇따라 일본을 찾고 있지만, 이는 AI 개발 파트너라기보다는 자사 시스템을 판매할 고객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애플의 스마트폰 혁명 당시 소니,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 부품사들이 핵심 생태계에 진입했던 것과 대비된다는 얘기다.

닛케이는 "황 CEO가 시간을 쪼개 직접 찾아가 협력을 제안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지금 일본에 얼마나 있느냐"며 "새로운 AI 혁명의 파도 속에서 엔비디아와 같은 선도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일본의 국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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