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연체채권 팔아도 끝 아니다…사후관리 책임 부과

김보미 기자

입력 2026-06-17 16:56  



다음 달부터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채무자 보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은행에서 시작된 연체채권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영세 추심업체로 반복적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했던 과도한 추심과 신용불이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사전 예고하고 오는 7월 중 개정을 완료한 뒤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 방안'의 후속 대책이다.

현재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직접 보유하거나 추심업체에 위탁해 관리하는 경우에는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채무자는 '7일 7회 추심 제한', '연락 제한 요청권', '일정 기간 추심 유예' 등의 보호 장치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연체채권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금융회사의 관리·감독 책임은 사실상 종료된다.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며 관리하는 대신 매각을 통해 신속하게 회수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문제는 연체채권이 은행에서 저축은행·카드사·캐피털사, 다시 대부업체와 매입채권추심업체로 반복적으로 재매각되면서 발생했다. 채무자는 최초 대출 당시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강도의 추심에 노출되고, 신용평점 하락 등 추가적인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최초 대출을 실행한 원채권 금융회사에 연체채권 매각 이후에도 채무자 보호 책임을 부과하는 데 있다.

앞으로 원채권 금융회사는 채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양수인의 불법 추심 행위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불법 행위를 발견할 경우 즉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양수인에게 추심 현황과 추심 위탁 여부, 소멸시효 관리 현황 등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

채권 재매각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원채권 금융회사는 채권 매각 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와 범위, 재매각 시 승계되는 채무자 보호 조건, 재매각 대상 추심업체의 적정성 판단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양수인이 계약상 재매각 조건을 위반할 경우 향후 해당 업체에 대한 채권 매각을 제한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연체채권의 반복적·기계적 매각 관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무자 보호를 위한 추가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우선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과 채권 매각 주요 내용, 소멸시효 완성 실적 등을 공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업계와 협의를 거쳐 보고 양식과 공시 표준안을 마련 중이며,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를 추진한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 절차를 이행 중인 채권은 대부업체 등으로 매각하는 것을 제한하는 감독규정 개정안도 다음 달 시행된다. 장기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채권 매각으로 신용평점이 하락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소멸시효 완성을 원칙으로 하는 채권 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오는 9월부터는 5천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해야 대손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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