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기술 패권의 무게추가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가고 중국은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기술 대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AI 구동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 칩은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데, 최근 몇 년간 AI 모델이 급성장하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 칩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NYT는 이런 추세가 결국 기술 패권의 지도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최첨단 메모리 칩 생산의 선두 국가로 한국과 대만을 꼽았다. 최상급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곳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에서 최첨단 설비를 운영하는 미국 기업 마이크론 단 3곳 뿐이라는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메모리는 기술 대기업의 변덕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값싼 상품이었지만,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올해는 값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AI 열풍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거듭 한국을 찾아 삼성, SK하이닉스 등과 회동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도체 열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고 한국 증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NYT는 이런 반도체 호황에서 중국은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년 전 하드웨어 붐 당시만 해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제조업의 기반으로 우뚝 섰지만, 최근의 AI 열풍에서는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 이유로 미국의 관세 부과와 대중국 제재를 꼽았다. 과거에는 미국이 평화 유지 등을 이유로 중국의 제조업 성장을 어느 정도 방관했지만, 중국이 이를 기반으로 대미 경쟁력을 키워나가자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음에도 최첨단 AI 공급망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물론 반도체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한편에서는 AI 거품 논란도 여전하다. 투자은행 UBS의 애널리스트 티머시 아큐리는 반도체 부문이 "예전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따분한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인프라 산업이 됐다"며 "기본적으로 지금 길을 깔고 있는 상황인데 향후 그 길 위에서 모든 상업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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