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바레스 소설 『영감이 흐르는 언덕』 국내 출간으로 독자와 만나

입력 2026-06-22 10:28  

모리스 바레스 소설 『영감이 흐르는 언덕』 국내 출간으로 독자와 만나

두 역자가 전하는 영혼과 삶의 성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록의 성격도 지녀 기댈수 있는 장소와 기억,공동체에 대한 질문

도서출판 등에서 최근 프랑스 작가 모리스 바레스의 장편소설 『영감이 흐르는 언덕』을 출간했다. 이번 번역은 불문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시인으로 활동 중인 박용주·홍순도 역자가 함께 맡았다.

모리스 바레스가 100여년 전에 작품을 통해 던진 질문은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두 역자는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역사와 영혼,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차분히 풀어냈다.

공통의 관심사는 제목에도 등장하는 '언덕'이었다. 두 사람에게 언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사유가 머무는 공간이다. 박용주 역자는 "고향 공주 수촌리의 언덕이 주는 철학이 작품 속 언덕과 깊이 연결돼 공동 번역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순도 역자는 "언덕은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고 힘을 주는 존재"라며 "작품 속 언덕은 현대인이 과거와 전통의 연결선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게 하는 매개"라고 설명했다.

박용주 역자는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에스프리(영혼)', '엘레강스(우아함)', '멜랑콜리(우수)'를 남긴다고 평가했다. 그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뜻을 추구하는 소설"이라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밑줄을 긋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1913년에 쓰인 작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가 자국 중심주의로 흐르는 가운데, 100여 년 전 작품이 현재를 미리 내다본 듯한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홍순도 역자는 문학사적 가치에도 주목했다. 그는 바레스의 "도덕의 나침반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떨리는 감성"이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프랑스 낭만주의와 서정적 종교소설의 마지막 자산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종교와 공동체를 다루지만 문체는 잔잔하고 시적"이라며 "서정적 서사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성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과거와의 연결을 강조하는 바레스의 시선이 다소 불편하게 읽힐 수 있다"며 균형 있는 독서를 권했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사료를 조사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다큐멘터리적 기록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역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한 '언덕'은 결국 인간이 기대어 설 수 있는 장소와 기억,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100년 전 프랑스 작가의 사유는 공주의 작은 마을과 도서관을 거쳐 오늘의 독자들에게 다시 말을 건네고 있다.

한편 박용주 역자는 고향인 공주 수촌리에서 해밝은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지역 독서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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