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돌변'…무슨 속사정 있길래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6-22 20:00  

국민연금 다음달부터 리밸런싱 예상 국내주식 30%→26.8% 하향 필요 약 60조원 국내주식 매도 전망 국내·해외 채권으로 자금 이동 전망

요즘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7천피, 8천피가 무색하게 이제는 코스피 지수가 9100선까지 올라섰습니다. 오늘은 25년 7개월 동안 국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 SK하이닉스와 시스코 '1위 등극'

일각에서는 이번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1위 등극을 보며 2000년 닷컴 버블 시기의 '시스코 시스템즈'라는 회사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당시 시스코는 막연한 낙관론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제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하면서 거품이 순식간에 꺼졌고 이는 미국 증시 전반이 폭락하는 단초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SK하이닉스의 상황은 그때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실적입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12개월 선행 PER이 6~7배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12개월 선행 PER'이란 회사가 벌어들일 돈에 비해 현재 주가가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보통 국내 대형 반도체주의 PER은 10배 수준으로 형성돼 왔습니다. 지금이 6~7배니까 더 올라갈 여력이 많다는 뜻이죠.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는 기대감만으로 오른게 아니라 실제 벌어들이는 이익이 늘어나면서 주가도 함께 오르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익이 실제로 뒷받침되고 있는만큼 과거 버블을 터뜨렸던 시스코의 사례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 이달 들어서만 2.4조 팔아치운 연기금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좋은데도 국내 증시의 든든한 지원군인 연기금은 오히려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많은 초보 투자자분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죠.

연기금은 이달에만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서 2조 476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이 물량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6월들어 16거래일 중에서 13거래일 동안 주식을 팔았습니다. 특히 19일에는 하루에만 5885억원어치를 내다 팔 정도로 강하게 주식을 처분했습니다.

최근 코스피 지수를 쭉쭉 끌어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많이 팔았습니다. 15~19일 삼성전자를 2431억원, SK하이닉스를 1973억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 국민연금이 주식을 파는 이유 '리밸런싱'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더 오르도록 국민연금이 계속 사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국내 주식을 팔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밸런싱'이라는 투자 원칙 때문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있죠. 한곳에 돈을 몰아서 투자하면 위험하니까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투자하다 보면 주가가 올라서 특정 자산의 덩치가 계획보다 너무 커질 때가 있습니다. 이 때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많이 오른 건 팔고 덜 오른 걸 사서 원래 목표했던 비율로 맞추는 작업을 '리밸런싱'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은 소중한 노후 자금을 굴리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올해 연말까지 전체 자산 중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목표 비중을 20.8%로 정해뒀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지수가 9000선을 돌파할 정도로 증시가 활활 타오르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지고 있던 국내 주식의 가치가 쑥쑥 커져서 비중이 30%에 달하게 된 겁니다. 아무리 국내 증시가 좋아 보여도 규정상 정해진 비율을 넘겨서 들고 있는 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앞으로 얼마나 더 팔까요?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주식을 얼마나 더 팔게 될까요? 현재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규모는 2000조원 수준에 육박합니다.

앞서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20.8%라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시장은 매일 변하니까 여유 공간인 '전략적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6%P로 두고 있습니다. 오차 허용 범위입니다.

이를 더하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들고 있어도 되는 최대한도는 26.8%가 됩니다. 긴급할 때 쓰는 '전술적자산배분 한도' 2%{가 더 있지만 평소에는 잘 쓰지 않습니다.

현재 30% 수준인 국내 주식 비중을 26.8%로 낮추려면 3%P 가량을 순매도해야 합니다. 이 3%P를 전체 기금인 2000조원에 곱해서 계산해 보면 60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정말 엄청난 금액이죠.

하지만 다행히 시장이 놀라지 않도록 하루에 파는 양을 정해뒀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60조원 규모를 천천히 나누어 팔 것으로 전망됩니다.

▲ 주식 팔아서 남은 돈 '채권'으로 이사 중

이렇게 주식을 팔아서 생긴 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바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입니다.

국민연금이 정해둔 국내 채권의 목표 비중은 23.1%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실제 채권 비중은 19.2%에 그치고 있습니다. 목표치보다 3.9%P 부족한 상태입니다. 리밸런싱 원칙에 따라 넘치는 주식은 팔고 부족한 채권은 열심히 사모으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기금/공제 투자 주체는 18일에만 국내 채권을 1조 2000억원가량 사들였고, 이달 4일에도 1조 6000억원 가량을 쇼핑했습니다.

해외 채권도 사들이고 있습니다. 연기금은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에도 돈을 투입하고 있는데요. 16~19일 사이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304억원,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439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판 돈으로 연말까지 국내 채권 24조 5000억원, 해외 채권 17조 5000억원, 해외 주식 14조 6000억원 가량을 매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당장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아서 아쉬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꼼꼼한 자산 배분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안전장치입니다. 항상 리밸런싱이라는 것을 주목해서 살펴보신다면 주식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데 훨씬 도움이 되실 겁니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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