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사든 돈 번다"…대만 증시도 역대급 '빚투'

입력 2026-06-23 20:21  


대만 증시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2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대만 증시는 최근 1년 새 폭등하며 영국·캐나다·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 규모의 주식시장으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를 비롯한 대만 주요 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대의 수혜주로 떠오르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금은 뭘 사든 돈을 번다'는 인식과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퍼지며 저금리를 활용한 차입 투자가 치솟고 있다. 한 30대 주식 인플루언서는 빚투를 지양하다 지난달 500만 대만달러(약 2억4,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며 "기회가 사라지는 걸 보는 것보단 이를 움켜쥐는 게 맞다"고 심정을 밝혔다.

대만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12개월 동안 160% 증가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의 역대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 신용융자잔고 증가율(9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한도가 소진되자 은행 대출을 받거나 금융 상품을 해지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 대만 증시에서 주식 매수 후 대금 결제를 이행하지 않은 규모는 20억 대만달러를 넘어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9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대만 국립중앙대의 우다란 교수(경제학)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주식시장은 명백한 과열 상태"라며 "주식을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젊은 투자자들이 향후 급락장이 오면 치명적 손실을 볼 수 있어 정부의 시장 안정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글로벌 AI 모멘텀이 둔화하면 그 여파는 주식시장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며 "증권업계의 타격, 가계 소비 위축 등이 겹치며 대만의 경제 성장률 전반에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의 상승장이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 만큼 2000년대 닷컴 과열과 같은 거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대만 기업들이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구조적 강점도 부각된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신용융자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고위험 종목에 대한 융자 한도를 줄이며 자체적으로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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