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사이 미 증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오픈AI 상장 연기 보도가 더해지며 그동안 시장의 상승세를 무섭게 이끌었던 반도체와 인공지능 종목들이 매도 압력을 받으면서, 나스닥이 5거래일 연속 밀리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4%나 하락했습니다.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로 이동했고, 따라서 월가의 평가는 의외로 덤덤합니다. AI 사이클은 유효하지만 최근 유가와 금리가 동시에 내려가면서 미국 경제 체질이 좋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돈이 다른 업종으로 골고루 퍼지는 건강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해당 분석처럼 이날 유가는 두 유종 모두 4% 가까운 급락세를 연출했습니다. WTI는 배럴당 69달러선, 브렌트유는 72달러 선까지 내려가며 전쟁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사우디의 아람코가 석 달 만에 걸프 해역 항구에서 원유 선적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유가가 뚝 떨어진 겁니다. 미국과 이란의 공습이 반복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치솟기도 했지만, 다행히 간밤 양측이 공격을 중단하고 이번주 협상에 다시 나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월가에서는 여전히 최근 유가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지적합니다. 코메르츠방크와 UBS는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샴페인을 빨리 터뜨렸다"며, 당장 이번주에 해협 통항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으면 유가는 언제든 다시 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가가 7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국채금리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2년물 국채금리는 4.1% 그리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38% 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에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현재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든든한 지원 사격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반대편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진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으로 생각을 바꿨다"며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에버코어ISI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올해 동결을 점치는 의견이 54%, 인상을 외치는 의견이 36%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준이 비둘기로 변신하려면 물가가 2%대로 진입해야 하는데, 올해 안에는 그 고지에 가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물가 상승의 요인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반복되는 긴장 고조와 유가가 추가로 더 내려가지 않고 끈적하게 유지될 우려 외에도, 이번엔 인공지능이 새로운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이른바 반도체발 물가 상승인 칩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 10명 중 8명은 AI 인프라 구축은 유가 급등 같은 일회성 소나기가 아니라, 수년간 시장을 괴롭힐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이변인 슈퍼 엘니뇨까지 발생하면서 전세계 식량 가격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 여파로 비료 가격까지 치솟은 터라 밥상 물가에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가가 떨어졌음에도 달러 인덱스는 여전히 101선이라는 높은 꼭대기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 이전에는 97달러선이었으며, 달러인덱스는 주초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3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와 함께 원달러환율도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된 모습입니다.
서혜영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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