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농업기술'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은 현지에서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나아가 사업화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큰 역할을 하면서 주민 삶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해외 현지 농업연구기관과 협력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 기술을 개발·실증·보급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하고, 해당 개발도상국 농가의 소득을 증진하는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코피아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17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 9개국, 중남미 4개국 등 총 22개국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코피아 센터가 해외에서 처음 문을 연 곳은 베트남이다. 농진청과 베트남농업과학원(VAAS)은 2009년 양해각서(MOU)를 맺고 같은 해 8월 베트남센터를 열었고 현재 베트남 센터는 조명래 소장과 현지 직원과 연구원 등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근 코피아 베트남 센터는 양잠 분야에서 큰 성과를 발굴해냈다. 베트남은 세계 4위 실크 생산국이다.
베트남은 1년에 누에 사육을 최대 12번까지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세계 4위 실크 생산국이다. 하지만 흰고치용 잠종을 중국산에 의존해왔고, 품질 편차와 검역 문제가 약점으로 손꼽혔다.
이에 코피아 베트남 센터와 현지 연구진은 문제 해결을 위해 'VH2020' 신품종을 개발했다. 이 신품종으로 생사 1㎏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고치 소요량은 13% 줄었고, 여기에 다단계 선반, 환경제어 온실을 도입해 생산량을 15~20% 늘렸다.
이 외에도 신품종 뽕나무 'GQ2'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했고, 라오스 수출로도 연결됐다.

실제 베트남 옌바이성 일대 207.5㏊에 시범마을을 조성해 555개 농가에 VH2020과 GQ2를 공급한 결과 잠종 생산체계는 연간 1만450상자 규모로 구축됐고, 시범마을 생산액은 ㏊당 3,660달러 늘었다. 소득만 비교하면 벼 재배보다 3.3~4.6배, 옥수수보다 5.6~8.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 정부도 함께 투자에 나서면서 실험동과 사육동, 잠종 증식동, 뽕 시험포장 등을 갖춰졌다. 이같은 잠종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국자 자급률은 매년 1~2%씩 상승하고 있다. 2023년 기준 5%인 자급률은 지난해 9%까지 올랐고, 2028년에는 1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조 소장은 "한국 품종과 기술을 이용해 개도국 농업 발전과 농가 소득 증대를 돕는 것이 코피아의 역할"이라며 "1년에 자급률 1%포인트를 높이는 것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국가 투자와 ODA 자원으로 기반을 만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땅콩 생산도 사업화로 연결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 중북부에서 주로 생산하는 땅콩은 박테리아로 감염되는 풋마름병 피해가 심해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았다. 베트남 식물보호연구소는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개발했지만 종자 생산·보급 체계가 미흡하고 재배기술 부족해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에 코피아 센터는 베트남 농업과학원과 협력해 신품종과 현지 맞춤형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신품종 L20, TK10은 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다는 점을 인정받아 국가 품종으로 등록됐다. 이후 종자 생산체계와 재배법 개선이 함께 이뤄지면서 생산성은 53%, 소득은 56% 높아졌고, 우량종자 보급면적도 2016년 60㏊에서 2022년 1,430㏊로 확대됐다.
신품종 개발과 생산량 증대는 사업화로도 연결됐다. 한국 크레이지피넛과 베트남 동아가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법인 동아 비나는 코피아 사업지에서 생산한 땅콩을 구매해 땅콩버터로 가공·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피아 사업지인 지엔화면에서 생산한 땅콩을 2025년 30톤 사들였고, 올해는 구매 물량을 5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허수영 동아 비나 대표는 "수출이 80% 이상"이라며 "단백질 함량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다른 수입산 땅콩버터와 비교해 20% 정도 낮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조 소장은 "ODA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수원국 정부와 현지 기관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민간 기업의 현지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 사례"라며 "코피아 사업이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서 민관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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