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도록 저작권료 두고 서울시·재단 '분쟁'

입력 2026-07-12 19:10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 유족 측 재단이 제작한 도록에 서울시가 1천만원 넘는 저작권 사용료를 부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작가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출판 사업인 만큼 사용료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족 측 재단은 변호사를 선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반면 서울시는 출판사가 일반인에게 도록의 유상 판매도 병행하고 있어 규정대로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천경자 화백 차녀 김정희(수미타 김)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천경자재단은 지난해 천 화백 작품 160여점이 수록된 한글·영문 도록을 제작해 배포 중이다.

천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영문 도록이 없어 재단 측이 이탈리아 미술 전문 출판사 스키라(SKIRA)에 도록 제작을 맡겼다. 제작 비용은 모두 재단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 출판 지원 사업에 선정돼 5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서울시가 도록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 사용료 총 1천210만원을 납부하라고 재단에 공문을 보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천 화백이 1998년 11월 자신이 제작한 작품 일체에 대한 저작권을 서울시에 양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일반 시민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고 밝힌 천 화백은 채색화 57점과 드로잉 39점, 붓·물감 등의 화구를 서울시(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자기 작품 일체의 저작권을 모두 시에 넘겼다.

이에 서울시는 천 작가의 작품을 출판물이나 전시 등에 사용하려면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단 측은 이 출판 사업에 저작권료를 부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천 화백의 둘째 사위이자 재단 총괄디렉터인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비영리 재단이 진행하는 출판 사업이고 정부도 해외 출판을 독려하며 지원하는데, 천 작가의 저작권을 보유한 서울시가 지원은 못 할망정 1천만원이 넘는 저작권료를 내라고 하니 이를 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록 상당수를 국내외 미술관과 도서관 등에 기증하거나 관계자에게 무료로 배포했고 재단이 직접 판매 수익을 얻는 구조도 아니라는 것이 재단 측 주장이다.

다만 스키라는 도록을 쿠팡과 아마존 등에서 일반에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은 출판사에 귀속된다.

서울시는 규정에 따라 단행본 내지 작품 160점에는 점당 7만5천원을, 표지 작품 1점에는 10만원을 적용해 총 1천210만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사용료를 한국문화정보원의 '공공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을 준용해 산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규정에 '공익적 목적 활용'의 경우 사용료를 감면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재단은 이번 도록도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24년 전남 고흥군 등이 천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전에는 저작권료가 부과되지 않았다며 재단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저작권료를 부과해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재단 측이 작년 9월 도록에 대한 저작권 사용 허가를 신청하면서 '비영리 목적의 비매품'으로 2천부를 신청해 무상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후 스키라가 1천부를 유상 판매하는 것이 확인돼 이에 대한 저작권 이용료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재단이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1천부에 대해서는 무상 사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흥 특별전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비영리 전시라 저작권료 감면 대상이었지만 이번 도록은 일반인에 유상 판매하는 출판물이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는 또 지난해 재단에 '저작자명 및 저작권자(서울시)' 표기를 조건으로 저작권 사용을 허가했는데 재단 측이 도록에 '출판물의 모든 내용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재단에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기하는 등 향후 재단의 관련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재단에 저작권 표기 수정을 명령했지만 현재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문 교수는 "서울시와의 조정 과정을 통해 비영리 재단의 공익사업에 민간 출판사의 유상 유통이 결합한 경우에도 공익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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