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14일(현지시간) 27% 폭등했다. 글로벌 유력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낙관론을 펼치면서 강한 매수 의견을 제시한 것은 물론 레버리지 ETF 상품 거래 본격화에 따른 결과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14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은 전장 대비 27.29% 폭등한 193.92달러에 마감했다.
ADR과 본주의 교환 비율(10대1)을 반영해 원화로 환산하면 보통주 1주당 약 288만7000원에 달한다. 이는 전날 코스피 종가 기준 본주 가격(191만3,000원)과 비교하면 51.15%나 높은 수준이다.
10일 14.4% 수준이었던 프리미엄은 13일 24.8%로 올라선 데 이어 사흘 만에 50%를 넘어서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프리미엄이 급격히 벌어진 배경에는 ADR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미국증시에서 본격 개시된 점이 상방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레버리지셰어즈·그래나이트셰어즈 등 10곳에 가까운 미국 ETF 운용사들이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를 신청했고 이들 중 다수가 이날 거래를 시작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약 15만 건의 옵션이 거래됐으며 프로셰어즈 등 다수의 운용사가 레버리지 ETF 거래를 시작했다. 주요 ETF 운용사들도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SK하이닉스 ADR 옵션 거래까지 개시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이날 7월, 8월, 9월, 12월, 그리고 내년 3월 셋째 금요일을 만기로 하는 다섯 종류의 옵션을 상장했다. 단기 상승을 겨냥한 콜옵션 매수가 대거 유입됐고, 위험 회피 목적으로 현물을 사들이는 헤지 수요까지 겹쳐 주가 상승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서 나온 SK하이닉스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낙관론도 긍정적 요소다. 바클레이스의 사이먼 콜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ADR에 대해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날 종가(152.35달러) 대비 약 117% 높은 수준이다.
바클레이스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심화되고 2028년에도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메모리 반도체주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35배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26일 기록한 6.82배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코스피 시총 비중의 과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이 한 자릿수대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영향을 받았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에 대해서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스는 중국 업체 영향에 대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중국산 D램을 쓰기 시작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글로벌 D램 시장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썼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용 D램에 중국산 제품을 본격적으로 채택하지 않는 한 글로벌 D램 시장의 경쟁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가 2027년 말까지 현재 시가총액의 40%가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것으로 추산하며 자사주 매입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당순이익(EPS)성장을 가속화할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요소다.
SK하이닉스 주가가 ADR 상장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과 국내 증시를 오가며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9곳을 통해 8만4000여명의 투자자가 SK하이닉스 ADR 136만주를 매수했다. 총 평가금액은 3389억원에 달한다.
ADR 프리미엄 확대가 본주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TSMC도 상장 초반 ADR 프리미엄이 24~26%로 확대됐으나 수년간 상대적으로 싼 본주가 오르면서 괴리율이 14%까지 축소됐다"며 "SK하이닉스 본주도 ADR 상장 이벤트만으로 최소 8~18%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ADR을 상장했다고 무조건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에 앞서 ADR을 상장한 포스코홀딩스, KT, 한국전력의 경우 프리미엄이 미미하거나 ADR 가격이 본주보다 오히려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14일 기준 포스코홀딩스 ADR과 본주의 가격 차이는 1.22%, 한국전력은 0.47%였다. KT의 경우 오히려 본주가 ADR보다 가격이 0.52% 정도 높았다.
김재승 연구원은 "ADR 발행 여부 자체보다는 현재 시장에서 관심있게 보는 기업과 산업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현재 SK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사이클로 인해 글로벌 관심이 높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편 당분간 ADR의 가격이 국내 본주보다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 본주를 ADR로 전환하는 데 제약이 있는 만큼 ADR은 서울 상장 SK하이닉스의 환산 주가보다 높게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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