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 최강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카타고'에 무릎을 꿇었다.
신 9단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카타고와의 3번기 1국에서 30집 차이로 완패했다.
제2국은 오는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 첫수부터 변칙 구사한 '카타고'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과 격차'를 실감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카타고는 첫수를 '소목'이 아닌 '화점'에 두며 초반부터 변칙을 들고나왔다.
홍민표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은 "평소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많은 수를 연구하는데, 단연코 처음 보는 수"라고 말했다.
허를 찌른 카타고의 파격 전술 속에 신 9단과의 집 차이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흑돌 2개를 먼저 두는 '2점 접바둑' 방식에 따라 신 9단이 18집 앞선 상태로 시작했지만, 카타고는 50여수 만에 5집을 따라붙었다.
◇ '전투' 대신 '지키기' 택한 신진서
신 9단의 초반 전략은 '지키기'였다.
카타고가 좌변에서 공격적으로 위협했지만, 신 9단은 상대방 돌의 틈새를 끊어 가는 대신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본인의 모양을 지키려는 전략의 연속으로 봐야 한다"며 "집 차이를 유지하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9단의 실리 작전에도 불구하고 카타고의 추격은 매서웠다.
대국 시작 1시간 50분 만에 집 차이는 10집 아래로 줄었다.
집 차이가 줄어들수록 신 9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부채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뼈 아픈 90수…빈틈 공략한 카타고
판세는 신 9단이 90수를 두던 순간 급격히 카타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는 90수에서 중앙과 우변 사이 카타고의 돌을 잡으러 가는 선택을 했지만,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신 9단의 실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선택은 신 9단이 수세에 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하귀~하변 구간에서 카타고의 돌에 포위를 당하며 신 9단의 세력은 급격히 축소됐고, 결국 103수를 둔 시점에 역전을 허용했다.
홍 감독은 "(신진서 9단이 우하귀~하변)에서 워낙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아쉽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 신진서의 뒤늦은 반격…교묘히 따돌리는 카타고
역전을 허용한 신진서는 뒤늦게 반격을 시도했다.
카타고보다 20집을 뒤진 시점 신 9단이 흔드는 수를 두며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중앙 백 대마를 잡으려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타고는 이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포위를 뚫었고, 집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졌다.
홍 감독은 "카타고가 실수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보여 준 모습은 완벽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결국 신 9단은 불계를 선언했고 대국은 끝이 났다. 인공지능의 벽이 예상보다 더 견고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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