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백조'로도 불리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1이 다시 이란 상공에 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확대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군이 중동에 전투기와 특수작전부대, 미사일을 대거 증강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22일(현지시간) B-1을 동원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목표물을 타격했다. 최근 무력 충돌이 재개된 이후 B-1이 투입된 것은 처음으로, 대이란 군사작전의 강도와 범위가 한층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과 영국 기지의 폭격기들도 작전 확대에 대비해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 중이다.
지상 전력 이동도 활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일주일 사이 미국 본토 기지에 주둔하던 특수작전부대가 중동으로 이동했고 전투기 편대도 각지에 전진 배치됐다고 전했다. 독일 슈팡달렘 기지의 F-16과 영국 레이컨히스 기지의 F-35, 공중급유기 등이 옮겨졌으며 요르단과 이스라엘 배치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에서 다친 미군을 치료하는 핵심 시설인 독일 란트슈툴 지역 의료센터에는 의무 인력 150여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증원의 배경에는 잇단 미군 희생이 있다. 최근 요르단 내 미군 기지가 이란 공격을 받아 3명이 숨졌고, 이라크에서는 이란 드론 불발탄을 처리하던 미군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군을 살해할 때마다 그 몇 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을 "조만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도 했다.
홍해 상황도 변수다.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홍해 봉쇄를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제로 홍해에서 유조선이 공격받고 후티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이번 병력 증강이 후티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 수만 명이 배치돼 있고,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해 함정 17척을 운용 중이다. 2월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으로 숨진 미군은 모두 18명이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며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을 향해 12일째 공습을 이어가고 있고, 이란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며 보복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지상전 전환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관측도 있다. 미 해군 트리폴리 상륙준비단(ARG)과 제31해병원정대(MEU)는 지난 22일 중동을 포함한 미 5·7함대 작전구역에서 6개월 임무를 마치고 일본 오키나와 해군기지로 복귀했다. 지난 4월 이란 해상 봉쇄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특히 제31해병원정대는 이란 본토나 호르무즈 해협·페르시아만 내 이란 섬들을 지상 공격할 경우 투입될 전력으로 거론돼 왔다. 이들의 철수로 중동에는 복서 상륙준비단과 제11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원 약 2,200명이 남아 봉쇄 임무를 지원하며 유사시 지상작전에 대비하게 됐다.
미 중부사령관과 특수작전사령관을 지낸 조셉 보텔은 "병력 증강 자체가 반드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심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최대한의 유연성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데이나 스트롤은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력을 증강할 때마다 이를 실제 군사 행동에 사용해 왔다"며 "현재의 딜레마는 이란 정권이 유지되는 한 군사적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