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낸다. 서울시는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에게 전달한 '2차 정비사업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행정절차를 줄이고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단기간의 수요 증가 때문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과거 정비구역이 대거 해제되고 신규 지정이 억제된 데다 각종 정비사업 규제가 이어지면서 공급 기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특히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과거 정책의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구역 389곳 해제…재개발 신규 지정은 0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는 기존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됐다. 주거정비지수제가 도입되고 구역 지정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신규 정비구역 지정도 어려워졌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주택재개발 신규 지정이 한 건도 없었다. 당시 주거용 건축물에 적용된 35층 이하 일률적 높이 규제와 '역사·문화 흔적 남기기' 등 개발 억제 정책도 정비사업 추진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꼽혔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규제도 사업 지연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이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사업 기간을 늘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출 규제와 공사비 상승까지 겹쳤다. 최근 2년 동안 공사비 갈등이 발생한 정비사업장은 26곳에 달했다.
▲준공 정비사업 59곳 분석…주택 수 36.4% 증가
서울시는 정비사업이 서울에서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가용 부지가 부족해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주택의 90% 이상을 민간사업이 담당했다.
서울시가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 전보다 주택 수가 평균 3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개발은 27.4%, 재건축은 44.2% 각각 증가했다.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관리하고 있는 253개 정비사업 구역에서도 기존 주택보다 39.2% 많은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사업 유형별로는 재개발이 29.7%, 재건축이 48.5%의 주택 증가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정비사업이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심 안에서 실제 주택 수를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공급 수단이라는 것이다.
▲ 서울시, 행정절차 단축…정부에는 '법령 개정' 건의
서울시는 2021년부터 정비사업 정상화에 나섰다.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했다. 과거 해제됐던 지역도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지연을 줄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단계별 행정 처리기한을 명확히 하는 '표준처리기한제'를 도입하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처리'도 확대한다.
정비사업이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정부에도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주요 건의 내용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1.2배)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3년 한시 유예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LTV 40%→70%)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75%→70%) 등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법령 개정을 정부에 재차 건의할 계획이다.
▲정부 오늘 2차 공급회의…서울시와 '공조' 관건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날 2차 주택공급 회의를 열고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 주에는 구체적인 공급 확대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정부 모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정비사업 규제와 공급 확대 방식을 놓고는 정책적 온도 차가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보고서에서 과거 공급 억제 정책과 최근 규제가 정비사업을 늦추고 결국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정부에 대출 규제 완화와 사업 절차 개선 등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가 다음 주 내놓을 공급 확대 방안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사업 기간 단축 방안이 얼마나 담기느냐가 향후 서울의 공급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서울시 역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행정절차 개선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제도 개선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시는 보고서에서 "정비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사업 기간을 늘리고 공급 시기를 늦춰 시장 불안을 키우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과거의 공급 억제 기조로 회귀한다면 서울의 주택 부족과 시민의 주거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6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무주택 청년과 정비사업·민간임대 관계자 등 시민 100여 명이 참여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도 열었다.
참석자들은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부담 증가, 정비사업 지연, 민간임대 공급 위축 등 주택시장 불안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서울시는 이날 나온 의견도 정부에 전달하고 주택 공급 확대 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서울시는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현장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민간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은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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