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의 반도체 쏠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대만형 가속과 스위스형 정체 사이 경로를 걸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18일 NH투자증권은 최근 반도체 쏠림 현상을 볼 때 한국이 대만과 스위스의 중간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쏠림 경제 결말을 붕괴, 정체, 가속 세 가지로 분류했다. 붕괴는 스마트폰 전환에 실패한 노키아와 함께 저성장에 빠진 핀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체는 제약시장 성숙화로 성장이 둔화된 스위스, 가속은 반도체 경제 편중에도 2010년대 이후 연평균 4% 성장률을 유지하는 대만이다.
한국 반도체 수출은 올해 1분기 GDP 기준 16%까지 높아졌다. 대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스위스 제약 수출 비중에 근접한 수준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두 회사와 마이크론이 나누는 과점 시장이다.

완전독점인 대만 TSMC 파운드리와는 다르지만, AI 인프라 수요가 뒷받침되는 한 높은 가격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의 성장성은 대만형에 가깝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 포트폴리오 다양성은 강점이다. 대만의 IT 수출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비중은 54% 수준이다. 정유·화학·기계·철강, 자동차·배터리·선박에 방산·화장품·바이오까지 비IT 산업이 수출을 함께 받치고 있어, 반도체가 주춤해도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은 경계 요인이다.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위험을 안고 있다.
정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의 성장 곡선은 대만처럼 매끄럽기보다 굴곡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빅테크와의 협업을 확대해 HBM의 고객 전환 비용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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