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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선 칼럼] 내 역할은 그저 씨를 뿌리는 것

입력 2026-09-16 09:19   수정 2026-09-16 09:24

독서미술대전,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상상력 누구나 재능을 펼칠 기회, 실력보다 아이디어에 주목 문화예술 경험과 기회로 잠재적 재능을 펼치길
샤롯데 독서미술대전 수상자들 기념 촬영
샤롯데 독서미술대전은 재단이 도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책을 더 많이 읽게 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뻔한 방식보다는, 읽은 내용을 아이들만의 상상력으로 그림에 표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실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올해는 1,226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공모전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아이디어다. 그림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아이디어가 좋다면 그 안에 담긴 가능성을 본다. 작년에 대상을 받은 친구가 그랬다. 울산에서 온 중학교 여학생이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미술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고, 그 이후로는 혼자 그림을 그려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작품에는 이 친구만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숨어 있던 이 친구의 잠재력을 깨워주고, 그 재능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꼈다.

이 친구를 보면서 딸 생각도 많이 났다. 내 딸 역시 그림에 재능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예술가의 길보다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기에 내가 그 길을 막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야 미술공부를 시작해보겠냐고 물었지만, 그때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어 포기하게 됐다.

재능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고, 그 재능을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런데 나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딸이 가고자 했던 길을 막았다는 것이 지금도 큰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미안함과 한이 있기 때문에 나는 우리 직원들만큼은 미처 발휘하지 못한 재능을 펼치고, 관심 있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직원들을 위한 동아리를 운영하고 좋은 전시가 있으면 함께 보러 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떤 그림이 좋은지, 무엇이 특별한지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보고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이 작품은 괜찮다’, ‘이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 안에 잠자고 있는 감각과 느낌을 깨워주고 싶다.

이처럼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을 할 때면 나는 마치 비옥한 땅에 농사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경험과 기회라는 씨를 뿌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고 가꾸는 것이 내 역할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씨앗이 싹을 틔울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21명을 비롯해 참여한 모든 친구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계속해서 잘 키워나가길 바란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이사장이자 아이들의 가능성을 일구는 농부가 된다.
장혜선 이사장/롯데장학재단

한국경제TV  사업2부  정성식  PD

 ssjeong@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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