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로' 동서 파이프라인 중단...유가 110달러 치솟아

안익주 기자

입력 2026-09-12 15:38   수정 2026-09-12 16:19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망이 잇따라 타격을 받으면서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피해 가동해온 대체 수송망이 후티 반군의 공세와 핵심 송유관 피격까지 겹치며 차질을 빚자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 리야드·메디나 지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하면서 핵심 원유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이날 중단됐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사우디 동부에서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이어지는 약 1,200㎞ 길이의 송유관이다.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하루 약 500만배럴의 원유를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우회 수송해왔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라크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총리실은 12일 0시를 넘긴 시각 해당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발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 군 지휘관 1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이란과 맞닿은 샬람체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고 공격 배후를 추적하기 위한 작전에도 착수했다. 해임된 지휘관이 작전을 총괄해온 이라크 남부 마이산주는 이란과 국경을 맞댄 지역으로, 친이란 시아파 세력의 주요 근거지로 꼽힌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당장은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의 원유 수출 차질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전 하루 약 700만배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 여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공격은 이란의 '저항의 축' 핵심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는 홍해 연안의 주요 항구인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하루 만인 이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미국에 군사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해 후티와의 전투를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미국은 일단 빈살만 왕세자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집중한 상황에서 후티와의 새로운 전선을 추가로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도 최근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을 주시하며 사우디 및 예멘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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