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미국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집계를 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조회일 기준) 미국 주식 64억589만 달러어치를 사들이고 65억3,690만 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9월이 3분의 1가량 지난 시점에서 순매도 규모는 1억3,101만 달러(1,759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8월 1∼11일) 2억733만 달러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앞서 서학 개미들은 지난 6월에도 미 주식을 6억3,296만 달러어치 순매수했으며, 7월과 8월에도 각각 46억4,241만 달러, 19억6,234만 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때 1,5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중순 이후 1,400원대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시장에서는 미 증시를 향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4일까지도 5억3,560만 달러 매수 우위를 보이며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7일부터 11일 사이 6억6,661만 달러어치를 대거 팔아치우면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SGOV'(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ETF)로, 매수 규모는 1억2,981만 달러에 달했다. 양자 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와 알파벳 역시 각각 9,385만 달러, 7,325만 달러어치 각각 순매수했다.
이처럼 개별 매수 종목이 있었음에도 전체적으로 순매도로 집계된 배경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속슬'에 대한 대규모 매도가 자리한다.
1일부터 11일까지 서학 개미들이 처분한 '속슬' 규모만 6억7천744만 달러(9,100억원)에 이르렀다. 다만 1∼4일에는 개별 반도체주를 대거 팔면서도 속슬은 오히려 4억3,095만 달러어치 사들이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7일부터 11일 사이에는 속슬 한 종목에서만 11억839만 달러(1조5,903억원)어치를 쏟아내면서 전체 매매 흐름이 결국 순매도로 뒤바뀌었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 성과를 3배로 추종하는 ETF '코루' 역시 6,529만 달러어치 처분됐고, SK하이닉스 ADR(주식예탁증서)도 5,096만 달러어치 매도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환율 여건보다는 차익 실현 욕구와 불안정한 지정학적 정세가 서학 개미들의 매매 판단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NH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 조혜선 차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서 미국 주식 투자 부담은 줄었지만,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ETF에서 매도가 집중되면서 전체적으로는 미국 주식 순매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서정훈 글로벌주식팀장은 "9월 현재까지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이지 않고, 지정학적 위험 등이 재차 높아지다 보니까 위험관리 차원에서 일부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