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서울 성북구에서 발생한 44개월 여아 사망 사건에서 계모의 학대 의심 정황이 있었는데도 경찰이 두 번 내사(입건 전 조사)만 하고 종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2019년과 올해 두 차례 내사 단계에서 조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인할 수 없어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모는 A양이 사망한 후 A양의 언니를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전력이 있었다. A양 몸에는 멍 자국이 있었고 캡사이신도 검출돼 아동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있었다.
1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2019년 A양 사망 사건 관련 성북경찰서 내사 결과 보고서에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성북서는 "변사자 가족을 대상으로 내사 착수해 사망 당일 동선과 폐쇄회로(CC)TV 영상, 가족들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확인한 결과 아동학대나 가혹행위 상황이 발견되지 않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가족이 지적 장애가 있던 A양이 자해한 흔적이라고 진술한 것 등을 받아들여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진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시 A양의 온몸에 있는 멍과 혈액 속 캡사이신 성분 검출 등을 이유로 확대 정황을 의심하는 소견을 남겼다.
A양의 계모인 B씨는 A양이 사망한 2019년 6월 28일로부터 약 3개월 뒤인 10월 1일과 2024년 1월 두 차례 A양의 언니를 학대한 혐의로 성북경찰서 수사를 받았다. B씨는 지난해 12월 검찰에 송치됐는데, 기소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B씨가 A양 언니의 손가락을 뒤로 젖혀 꺾거나, 온몸을 때리다가 치아를 부러지게 하는 등 학대를 가한 것으로 경찰의 송치 결정서에 나타났다.
A양 언니는 경찰 조사에서 계모가 자신을 감금, 결박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학대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A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미디어에서 제기되자 성북서는 올해 초 이 사건에 대해 두 번째 내사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계모를 A양 사망 사건 피의자로 별도 입건하지 않았다.
계모의 A양 언니 학대 사건과 A양 사망 사건은 별개이고, 2차 내사에서도 범죄 혐의를 포착할 새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성북서의 입장이다.
A양 몸에서 캡사이신이 나온 경위도 여전히 알 수 없다.
국과수는 A양 부검감정서에 "캡사이신을 A양이 스스로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캡사이신이 검출되는 등 스스로 시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도 확인되므로 타인에 의한 학대의 정황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A양의 전신에 있던 멍과 교흔(물린 자국)을 고려하면 학대 정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더했다.
그러나 경찰의 1차 내사 종결 보고서에는 캡사이신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경찰은 계모가 A양을 혼내는 과정에서 핫소스 등 매운 소스를 먹였다는 A양 언니의 해바라기센터 진술도 확보한 상태였다.
A양 언니는 2차 내사에서도 경찰에 "계모가 동생에게 매운 걸 먹인 건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며 "계모가 동생에게 매운 걸 먹일 때 부엌에 둘이 있었고, 나는 안방에서 봤다"고 서면으로 진술했다
"동생이 힘들어서 고통스러워했고 많이 싫어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A양의 몸에서 타인의 개입이 있다고 볼만한 DNA가 검출되지 않았고, 자해의 증거로 볼만한 소견이 의무기록 및 부검상 확인되는 점 등을 고려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에게서 나온 캡사이신 관련 질문에 "저희는 범죄 혐의점을 확인한다"며 "범죄 혐의점이 없으니까 내사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멍투성이였던 점에 대해서는 "수사심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성북서는 부모 등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혐의도 법리적으로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두 번째 내사를 종결했다.
충분히 정식 수사에 착수해 혐의 유무를 가려도 될 법한 사건임에도 경찰이 두 차례나 내사 종결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한 법조인은 "자해를 지속하도록 두고, 상처가 들 만큼 방치하는 것도 방임이자 학대"라며 "혈액에서 캡사이신 성분이 검출됐고, 계모가 매운 소스를 먹였다는 A양 언니 진술이 있는 상황에서 더 수사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양 아버지는 지난 7일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수사심의는 고소인·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수사 절차나 결과에 불공정·부적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제기할 수 있다.
신청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변호사·법학자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심의를 통해 '보완·재수사', '신속처리', '부서·관서 이송·재지정' 등 지시가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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