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떼어낸 배터리를 고쳐서 다시 차에 넣는 걸 '재제조'라고 합니다.
유럽연합이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쓰도록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부도 이 시장을 키우겠다고 공언해 왔는데요.
그 문턱을 정하는 기준안이 상당히 높게 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계에서 정상이라고 보는 배터리도 재제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지효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한국경제TV가 단독 입수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시행규칙 개정 건의안입니다.
배터리 잔존수명, SOH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재제조는 85% 이상, 재사용은 60~85%, 재활용은 60% 미만입니다.
전기차에서 떼어낸 배터리를 손봐서 다시 차에 넣으려면, 성능이 85%는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숫자입니다. 업계에서는 성능이 70% 안팎까지 떨어져야 문제로 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6는 10년, 20만km까지 배터리를 보증하는데, 그만큼 타고도 성능이 70% 아래로는 잘 안 내려간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85% 정도면 완전히 양품"이라며 "SOH를 높여 잡으면 그냥 새 배터리를 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 기준은 내년 7월 시행되는 사용후 배터리 성능평가 제도에 쓰입니다.
시행규칙 개정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습니다.
다만 공단은 성능평가를 실제 수행할 기관이고, 등급 기준의 근거가 된 연구개발도 공단이 맡았습니다.
제도를 운영할 기관이 직접 기준안을 써서 올린 만큼,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정부는 "신차에도 재제조 배터리가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렴한 재제조 배터리가 들어가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갈 거란 전망에 힘이 실렸습니다.
다만 이대로라면 신차는커녕 다시 차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전기차 배터리 대부분은 재제조가 아닌 원료만 뽑는 재활용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키우겠다던 시장이 열리지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영상취재: 양진성, 영상편집: 노수경, CG: 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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