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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창 북적였는데"…알고 보니 API가 만든 ‘가짜 거래’

이민재 기자

입력 2026-09-23 15:57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혐의자 수사기관 고발·통보


금융위원회가 자동매매 프로그램(API)을 이용한 초단기 시세조종과 가상자산 운영사 임직원의 가장매매 등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4건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통보했다.

금융위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초단기 시세조종 혐의 사건 3건 중 1건은 고발, 2건은 수사기관 통보 대상이다. 운영사 임직원 등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1건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시세조종 사건 가운데 두 건의 혐의자는 친형제 관계로 확인됐다. 이들은 다수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유사한 수법을 반복했다. 고가의 지정가 매수 주문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API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소액 시장가 매수·매도를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하는 방식이다. 호가창에 거래가 빈번히 체결되는 것처럼 꾸며 일반 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한 뒤, 목표 가격에 도달하면 보유 물량을 저가 매도 주문으로 일괄 처분해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혐의자는 가격 변동성이 큰 수십 개 종목을 미리 대량 매수한 뒤, 본인과 타인 명의 계정을 동원해 시세조종 주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본인 계정에서는 고가 매수 주문으로 가격을 밀어 올리고, 타인 계정에서는 소액 시장가 주문을 고빈도로 반복해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다. 금융위는 거래소의 API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사 임직원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해당 가상자산의 상장 유지와 대형 거래소 추가 상장을 위해 전문 매매업자를 고용하고 차명 계정 간 거래를 반복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에 달했다. 해당 가상자산 발행재단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고, 실제 운영은 국내 법인이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는 거래량과 가격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급증하거나 특정 거래소에 거래가 집중되는 종목은 인위적 거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투자 전에는 백서와 가상자산 설명서를 통해 실제 운영 주체, 유통량, 프로젝트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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