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확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는데요.
하지만 새 송전선로를 만드는 데 9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주민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가 신규 전력망 건설 없이도 전력 수용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전력망 체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세종 주재기자 연결합니다. 전민정 기자, 정부가 전력망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우선 대규모 발전소의 전기를 지역과 지역 사이로 실어 나르는 전력망을 송전망이라고 하고요. 변전소에서 가정·공장으로 전기를 나눠 보내는 전력망을 배전망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송배전망을 새로 짓지 않고도 지금 있는 전력망을 쓰는 규칙을 바꿔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핵심 정책 목표죠.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보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고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유연접속’을 확대합니다.
지금까지는 태양광 발전소가 낼 수 있는 최대 발전량만큼 전력망 자리를 미리 비워둬야 했는데, 앞으로는 발전량이 몰릴 때 출력을 잠시 줄이는 조건으로 기존 전력망에 더 많은 발전설비를 연결한다는 얘기입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대형 배터리, 즉 ESS를 전력망 곳곳에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낮에 몰리는 태양광 전기를 ESS에 담아뒀다가 밤에 내보내기 때문에 송배전망 건설을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망 연결권만 잡아두고 정작 발전소는 짓지 않는 이른바 '알박기' 관행도 손보기로 했는데요.
실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허수 사업자의 물량은 거둬들이고 오래 지연되는 사업의 연결 시기는 실제 가동 시점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송전망의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119GW로 보고 있는데요. 이번 제도 개편으로 171GW까지 52GW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선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이 제때 공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호남지역은 전력망 부족으로 사실상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이 중단됐었는데요. 이제 좀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요?
<기자>
지금 호남에는 송배전망이 꽉 차서 새 발전설비 연결이 막힌 ‘계통관리변전소’가 160곳이 넘는데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새로 지어도 전기를 보낼 방법이 없어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은 2034년 이후에야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이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력망 효율화를 통해 호남권 송전망의 재생에너지 수용 규모가 27GW나 더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인데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김성환 /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 내년 1월부터는 전력망이 부족했던 지역에서도 신규사업자 같은 경우 곧바로 계통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전력망이 없어서 재생에너지 접속이 어렵다 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다만 대규모 ESS 설치로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 향후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는데요.
기후부 관계자는 "배전망 ESS 같은 경우 국비로 설치비 절반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한국전력이 80조원 이상의 송·배전망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건설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한전의 재무 부담을 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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