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세가 치솟은 아파트에서 87세 노인이 강제 퇴거당한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 전역에서 주택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스페인 전역에서 치솟는 임대료와 주택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수도 마드리드에만 당국 추산 7만명, 주최 측 추산 50만명이 모였다.
거리로 나온 참가자들은 임대료 제한과 총파업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마드리드 시내 푸에르타델솔 광장에서는 약 2천명이 천막을 설치하고 7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마드리드세입자연합 대변인 발레리아 라쿠는 다른 단체들과 총파업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모든 게 바뀔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렌시아에서는 시위대와 충돌한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총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당초 50여개 도시에서 집회가 예정됐으나 바르셀로나 등 일부 지역은 폭우로 연기됐다.
이번 시위에 불을 당긴 것은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의 강제 퇴거 사건이다. 아바스칼은 70년 넘게 거주한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에서 최근 강제로 퇴거당했다.
아바스칼이 들것에 실려 집 밖으로 나오는 모습과 퇴거를 막으려던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입자들의 반발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세입자 단체 측은 2018년 아파트를 매입한 부동산 업체가 월세를 500유로(약 76만원)에서 2천650유로(약 402만원)로 올렸다가 1천650유로(약 250만원)로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주택난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날 정부가 마련한 ▲ 2028년까지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 ▲ 단기 임대차 규제 강화 ▲ '투기성' 펀드의 주택시장 투자 금지 ▲ 취약계층 세입자 퇴거 제한 등을 담은 세입자 보호 법령이 야권 반대로 의회에서 부결됐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부는 그동안 의회 표결에 협조해온 분리주의 정당 '카탈루냐와 함께'가 지난해 지지를 철회하면서 법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대규모 시위가 세우타 월경 사태와 가족 비리 의혹 등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아온 산체스 총리에게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거난으로 유권자 시선을 돌리고 세입자 보호 대책이 무산된 책임도 야권에 덮어씌워 좌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는 법령 부결에 대한 시민 불만이 얼마나 큰지 이번 주말 파악한 뒤 조기 총선을 치를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엘파이스가 총리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