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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10% 줄게, 180억 달러 빌려줘"…앤트로픽은 왜 달랐나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10-19 21:00  

"이자 10% 줄게, 180억 달러 빌려줘"…앤트로픽은 왜 달랐나 [B급기자의 B급리포트]

180억 달러 규모 후순위 채권 조달 자금 구글 AI 칩 구매에 활용 흑자기업 앤트로픽과 부도위험 코어위브

앤트로픽이 구글의 AI 칩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600억 달러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중 후순위 채권(180억 달러)의 이자가 10%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은 이를 'AI 거품 붕괴'와 '파산 위험'으로 직결시켰다. 미국 기술주에 이어 한국 코스피 반도체주까지 투매가 쏟아졌다. 글로벌 자본시장에 충격을 안긴 앤트로픽 '10% 금리'의 실체를 분석해본다.

● '파산 위험' 아닌 '구조적 수수료'

금리 10%는 자칫 높은 이자율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이는 앤트로픽의 '부도 위험' 때문에 치솟은 숫자가 아니다.

먼저 미국 국채 금리(5년물)가 5.0% 수준이다.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채 금리가 5.0% 수준이니 회사채는 이보다 높은 금리 프리미엄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앤트로픽과 비슷한 신용도(BB등급)를 가진 기업들에 붙는 프리미엄은 1.95%P다. 미국채 금리에 BB등급 프리미엄을 더하면 6.95%가 된다.

여기에 이번 대출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장외에서 맺은 '사모 대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급전이 필요할 때 이 계약서를 남에게 쉽게 팔수가 없다.

이처럼 묶여있는 불편함에 대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보통 300bp(3%P) 정도 붙는다. 기본 BB등급 금리 6.95%에 불편 수당 3%P를 더하면 9.95%가 돼 자연스럽게 10%에 육박한다. 이번 10% 금리 자금 조달은 앤트로픽의 부도 위험이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 6월보다 금리 1.5%P 급등의 진실은

6월 유사한 조건으로 진행된 앤트로픽 대출 금리는 8.5%였다. 넉달만에 150bp(1.5%p)나 뛰었으니 회사가 위험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역시 착시에 가깝다. 넉달새 150bp가 올랐지만, 이 기간 BB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가 114bp 올라간 영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순수하게 앤트로픽의 요인으로 인한 금리 상승분은 36bp 수준이다. 이는 조달 금액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6월에는 44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번에는 180억 달러로 4.3배나 조달 금액이 늘었다. 단체 식사를 주문하면 수고비를 더 얹어줘야 하듯, 거대한 채권 물량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얹어준 '대량 주문 웃돈' 성격에 가깝다.

● 가짜 공포와 진짜 공포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10% 금리'를 앤트로픽의 부실위험으로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진짜 파산 공포에 휩싸인 곳은 '코어위브'라는 AI 클라우드 기업이다. 이 회사가 파산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최근 1194bp까지 치솟았다. 시장이 코어위브의 5년 내 부도 확률을 무려 64%로 본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10% 이상의 고금리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것이다. 코어위브처럼 진짜 파산 위험이 닥치면 금리는 10%를 훌쩍 넘어 15% 이상으로 폭등한다. 반면 앤ㅌ트로픽은 3분기 매출 168억 달러를 기록(QoQ +45%)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 주시해야 할 뇌관 두 가지

투자자들이 현 시점에서 살펴봐야 할 암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금융 부문이다. 앤트로픽 후순위 대출을 주도한 블랙스톤의 자금 모집(신디케이션)이 수월하게 이뤄지는지 여부다.

블랙스톤은 180억 달러 중 90억 달러만 자기 돈으로 내기로 했다. 나머지 90억 달러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쪼개서 팔아야 한다. 만약 시장이 이 물량을 소화해주지 못하면 앤트로픽의 자금 조달 계획 전체가 꼬일 수 있다. 최근 미국 사모신용 시장에서 환매(돈을 빼겠다는) 요청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 90억 달러를 모으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번째 장벽은 '물리적 한계'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47곳 이상이 지연되거나 백지화됐다. 막대한 전력 소비, 수자원 고갈 우려, 비상 발전기 소음 문제로 인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핵심 원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조차 부지 전력망 문제로 2030년대 이전 전력 공급이 어려워져 엔스케일과의 계약을 취소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현재 계획된 프로젝트 중 35%만이 완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이 막히는 것은 앤트로픽의 생존 위기로 직결된다. 앤트로픽이 600억 달러를 빌려 확보하려는 구글 AI 칩은 거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를 갖춘 데이터센터 부지 없이는 가동이 어렵다. 칩을 제때 가동하지 못하면 차세대 AI 모델 훈련이 지연돼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조달한 칩을 가동하지 못한다면, 이 막대한 차입금에 대한 10%대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금융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 물리적 인프라 장벽에 막혀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시장이 주시해야 할 진짜 뇌관은 표면적인 금리 수치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착공이라는 물리적 진행 속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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