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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조용히 사들였네'…넉달 새 4조원 넘게 팔린 '이 상품'

김예원 기자

입력 2026-10-21 16:02   수정 2026-10-21 16:43

7월 이후 4대 은행 판매액 4.3조원 낙아웃 조건 완화·안정형 확대 최고 연 11%대지만 최저금리 따져봐야


증시 조정 국면에서 원금을 보장받으면서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추가 이자까지 기대할 수 있는 지수연동예금(ELD)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주요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ELD는 4조 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낙아웃 조건을 완화한 안정형 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최고 연 11%대 금리를 내건 신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상품에 따라 최저 금리가 일반 정기예금보다 낮을 수 있어 수익 구조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ELD 판매액은 3조 4,813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1조 8,416억 원보다 89%, 2분기 2조 5,017억 원보다 39% 증가한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4대 은행에서 판매된 ELD는 약 7,700억 원으로, 7월 이후 누적 판매액은 4조 2,513억 원에 달한다. 올해 전체 판매액은 약 8조 5,946억 원이다.

ELD는 예금의 원금 보장 특성과 주가지수에 연동된 수익 구조를 결합한 상품이다. 코스피200 등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만기 이자율이 결정된다. 만기까지 유지하면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지수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손실은 피하되 일정 수준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려는 수요가 ELD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도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ELD는 은행별로 '26-1호', '26-2호' 등 회차를 부여해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출시된다. 하나의 판매 회차에도 만기와 수익 구조에 따라 통상 4~5개 유형의 상품이 함께 출시된다.

올해 들어 4대 은행에서 출시된 ELD는 총 55회차로, 세부 상품 유형까지 합치면 200개가 넘는 상품이 시장에 나온 셈이다. IBK기업은행도 5년 만에 ELD 판매를 재개해 22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 최고 금리 낮추고 수익 조건은 완화

최근 은행권 ELD 상품의 가장 큰 변화는 낙아웃(Knock-out) 조건을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상품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낙아웃은 가입 기간 중 기초지수가 사전에 정한 상승률을 한 번이라도 초과하면 최고 금리를 받을 기회가 사라지고 최저 금리가 적용되는 조건이다. 주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오히려 낮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4대 은행이 판매한 ELD 상품 253개 가운데 133개에서 낙아웃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고 연 10~14%대 금리를 제시했던 일부 상품도 실제 적용 금리는 연 1.6~2.0% 수준에 그쳤다.

이에 은행들은 높은 최고 금리를 앞세우기보다 낙아웃 발생 가능성을 낮추거나 일정 수준의 이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연초 최고 연 11.2%의 금리를 제시하면서 낙아웃 기준을 기초지수 상승률 20%로 설정했지만, 최근에는 낙아웃 기준을 30%로 높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5.58%다. 낙아웃 조건이 없는 안정형 상품도 최고 연 3.59~3.88%의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판매 중인 ELD 5개 유형 가운데 4개에서 낙아웃 조건을 없앴다. 하나은행은 낙아웃 기준을 최대 40%까지 높였다. 가입 기간 중 기초지수가 최초 기준지수보다 40%를 초과해 상승하지 않는 한 낙아웃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주가 급등으로 최저 금리가 적용될 위험을 줄인 것이다.

NH농협은행도 이날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연동예금 26-11호'를 출시했다. 12개월 만기 수익형은 최고 연 9.15%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기초지수가 가입 기간 중 35%를 초과해 상승하면 최저 금리인 연 3.20%가 적용된다. 낙아웃 조건이 없는 안정형은 만기에 따라 연 3.40~3.95%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당국도 ELD의 복잡한 수익 구조와 최고 금리 중심의 판매 관행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은행권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낙아웃 조건과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을 강화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 정기예금보다 유리할까... 상품별로 엇갈려

ELD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 정기예금보다 반드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하면서 상품별 최저 금리와 최고 금리를 비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 수준이다. 같은 만기의 ELD는 최저 연 3.4%, 최고 연 3.6% 수준으로 제시돼 있다. 낙아웃 조건도 없어 만기까지 유지한다면 해당 정기예금보다 0.3%p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반면 하나은행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 수준인 데 비해 ELD 적극형은 최저 연 3.35%, 최고 연 4.25%다. 기초지수가 약정된 범위에서 상승하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지수가 하락하거나 상승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최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정기예금보다 낮은 이자를 받게 된다.

농협은행이 이날 출시한 상품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65%로, 같은 만기의 ELD 안정형(연 3.75~3.95%)보다 낮다.

반면 최고 연 9.15%를 내건 ELD 수익형은 최저 금리가 연 3.20%에 그쳐 정기예금보다 0.45%p 낮다. 6개월 만기 역시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5%인 반면 ELD 안정형은 연 3.40~3.60%로,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릴 수 있다.

결국 ELD는 원금이 보장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자 수익까지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고 금리뿐 아니라 최저 금리와 수익률 결정 조건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ELD의 원금 보장은 만기 유지가 전제다. 중도 해지할 경우 별도의 이자 없이 수수료가 부과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인당 1억 원까지 보호받지만, 중도 해지에 따른 손실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닌 만큼 가입 전 자금 운용 계획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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