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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터지기 전 10조 베팅"…호르무즈 휩쓴 한국 기업

조현석 부장

입력 2026-10-23 16:48  

장금상선, 9월 호르무즈 원유 수송량 37% 차지 사우디·쿠웨이트·UAE 해운사 합친 물량보다 많아 전쟁 직전 70억달러 투입해 유조선단 확보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 약 10조원을 들여 대규모 유조선단을 확보한 한국 해운사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앞두고 단행한 대규모 선박 투자가 중동 원유 수송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이어진 것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시노코그룹)이 소유한 유조선들은 지난 9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1억560만 배럴을 운송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전체 원유 약 2억8,630만 배럴의 37%에 해당한다. 해협을 통과한 원유 3배럴 가운데 1배럴 이상이 장금상선 소유 유조선에 실렸다는 의미다.

특히 장금상선의 수송량은 중동 주요 산유국의 국영 해운사들을 압도했다.

2~4위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해운사 바흐리와 쿠웨이트석유탱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해운 부문의 수송량을 모두 합쳐도 9,730만 배럴로 장금상선에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해운 정보업체 보텍사와 이쿼시스, 시그널오션 등의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수송량은 실제 선박 운영사가 아닌 유조선 소유권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다른 해운 전문매체의 분석에서도 장금상선의 영향력은 확인됐다.

영국 해운 전문매체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9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통항 횟수 가운데 장금상선 소유 선박이 차지한 비중은 47%에 달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는 해당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장금상선의 유조선은 페르시아만 안쪽에서 원유를 실은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의 선박 간 환적 지점으로 운송하는 단거리 '셔틀' 운항에 주로 투입됐다.

주요 운송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산 원유였으며, 최근에는 이라크와 카타르산 원유까지 일부 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수송 실적의 배경에는 전쟁 직전 단행한 대규모 유조선 확보가 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정가현 장금상선 부회장이 전쟁 발발 직전 약 70억달러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원유운반선 선단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장금상선은 중고 유조선을 대거 사들이고 정기 용선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선박을 확보했다.

당시 장금상선이 운용하는 유조선은 160척 이상으로, 글로벌 유조선 시장에서 약 1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선단을 미리 확보한 장금상선은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운송 수요를 흡수할 수 있었다.

다만 위험 부담도 작지 않았다. 로이드리스트는 장금상선 소유 유조선 7척이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을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동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장금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의 단거리 원유 수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요 선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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