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사이 미 증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0.44% 상승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부 반등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여전했습니다. 증시를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은 전쟁 재확산 우려와 유가 급등입니다. WTI는 배럴당 103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4월 이후 최고치이며, 9월 초와 비교하면 약 20% 올랐고 연초 대비 상승률은 무려 85%에 달합니다.
유가를 밀어 올린 배경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재개를 검토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미국의 세 번째 항모가 중동으로 향하고 있고,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는 일부 외교관과 가족들이 철수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미 중부사령부가 중간선거 이후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석상에서 지난 2월 이란을 처음 공습할 때 벌인 ‘장대한 분노’ 작전을 거론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공격이 결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보기에는 군사적 긴장이 경고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들이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이란도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란은 걸프 지역의 공항과 송유관을 겨냥해 보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해저 통신 케이블을 끊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더구나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마이크 월츠 미국 유엔 대사는 “1년 뒤에도 이란과의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바클레이즈는 유가가 사실상 증시의 상한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에너지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위험 회피 심리에 암호화폐 시장도 흔들렸습니다. 비트코인은 한때 8만 달러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50일 이동평균선인 8만 1천달러 밑에서 움직인 건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단기 상승 모멘텀이 크게 꺾였다고 합니다. 금값도 부진했습니다. 유가 상승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우려에 한때 트로이온스당 4천달러 선이 무너지며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전날 기술주 급락으로 마진콜, 즉 추가 증거금 요구를 받은 투자자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금을 우선적으로 처분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혜영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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