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오 서울 노원구청장이 강남과 강북의 재건축 사업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구청장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노원구 재건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성"이라며 "사업성 보정계수를 최대 2.0에서 3.0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과 강북에 동일한 규제 완화 혜택을 적용하더라도 일반분양 수익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기존 제도만으로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최대 걸림돌은 사업성"…분담금 부담이 발목
노원구는 1980년대 후반 대규모 택지개발로 조성된 아파트들이 동시에 재건축 시기를 맞고 있다. 현재 48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낮은 자산가치와 높은 기존 용적률, 공공기여 부담 등으로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 구청장은 재건축의 핵심 요소로 사업성, 사업기간 단축, 주민 갈등 해소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사업성이 좋아야 하고 사업기간이 줄어야 하며 주민 간 갈등도 없어야 한다"며 "사업성이 좋아지면 사업기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사업의 성패와 속도를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주민 갈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원에서도 사업성이 좋고 가장 빨리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아파트가 주민 갈등 때문에 아직 이주조차 못 하고 있다"며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구청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사업성 개선"이라고 말했다.
노원구가 서울시에 사업성 보정계수를 현행 최대 2.0에서 3.0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 구청장은 "반드시 3.0까지 올려야 한다는 숫자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노원은 사업성 보정계수 외에는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정계수 2.0을 적용받더라도 사업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이 있다"며 "0.1이나 0.2라도 더 높여서 큰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40년 가까이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바꾸고 도시가 쇠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노원구 자료에 따르면 종전자산가액 대비 재건축 분담금 비율은 약 69%로, 강남3구 주요 단지의 약 9~26%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 구청장은 "분담금이 쉽게 말하면 사업성이다. 내 호주머니에서 얼마를 내야 하느냐가 사업성이고 분담금"이라며 "주민들이 호주머니에서 내야 하는 돈을 줄여줘야 재건축 동의율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강남 600억 벌 때 노원은 140억"…같은 규제 완화, 다른 효과
서 구청장은 지역별 분양수익 차이를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했다.
그는 "강남과 노원에 똑같은 면적, 똑같은 세대수의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며 "서울시가 똑같이 규제를 완화해 일반분양 물량을 20가구씩 늘려주더라도 노원은 한 채에 7억원이면 140억원의 수익이 생기지만, 강남은 한 채에 30억원이면 600억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는 똑같이 적용했는데 사업성 개선 효과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며 "서울이라고 모두 같은 서울이 아니다. 강북형 재건축은 이런 지역 간 차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서 구청장은 "정부나 서울시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면서도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100만원 들었는데 20만~30만원에 사가면 나머지 60만~70만원은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해 줘야 한다"며 "임대주택을 늘리면서도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공공이 비용을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원·녹지 확보 기준도 노원의 특성에 맞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구청장은 "노원은 택지개발 지역이라 단지 안팎에 공원과 녹지가 많고, 산과 하천도 가까이 있다"며 "이미 공원이 충분한 지역인데 재건축할 때 세대당 3㎡의 공원을 또 확보하도록 하는 것은 도시의 여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8·13 대책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비사업의 세대당 공원 확보 기준을 기존 3㎡에서 2㎡로 완화하는 방안이 반영됐다.
노원구는 이 같은 제도 개선으로 관내 5개 정비사업장에서 약 500가구의 추가 주택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정부도 공원·녹지 기준 개선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며 "사업성 보정계수 확대 역시 서울시가 필요성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아직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교통이 집값 바꾼다"…월계동 '미미삼' 재건축 탄력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는 또 다른 핵심 요소로는 기업 유치와 교통망 확충을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월계동의 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 이른바 '미미삼'이다.
서 구청장은 "4년 전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할 때만 해도 미미삼이 과연 재건축될 수 있을지 막막했다"며 "소형 평형이 많고 주변에 주택 가치를 높일 만한 요소도 부족해 10년 넘게 재건축을 추진하고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광운대역세권 개발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이전, GTX-C 노선 추진 등이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믿지 않았다"며 "기업이 이전을 발표하고 실제 땅을 파기 시작하자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GTX-C까지 추진되면서 교통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며 "기업과 일자리, 교통이 함께 들어오니까 미미삼의 가치가 올라가고 주민 동의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계동 한신동성아파트도 비슷한 사례로 제시했다.
서 구청장은 "불암산 자락 아래에 있는 아파트라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동북선 경전철역이 들어서면서 역세권이 되고 사업성이 좋아졌다"며 "일반분양 수익이 늘어나면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고, 이것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800개 기업·8만5천 명 일자리"…창동차량기지 개발 본격화
노원구는 광운대역세권 개발과 함께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추진 중인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서 구청장은 "노원 재건축이 속도를 내려면 기업과 일자리가 들어와 도시의 가치 자체가 높아져야 한다"며 "광운대역세권을 하나의 축으로 만들고, 창동차량기지와 한전 인재개발원 부지까지 연결해 경제도시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DBC는 서울시가 약 800개 기업 유치와 8만5,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목표로 제시한 사업이다. 현재 71개 기업이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 구청장은 "창동차량기지를 남양주 진접으로 이전하자는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이 2005년으로, 도시 전체를 바꾸는 데는 15~20년이 걸린다"며 "이제 차량기지 운행이 멈췄고, 내년 5~6월 이전까지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산업단지 지정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세 차례 심의 중 두 번째 단계까지 통과했고 마지막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지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 지정이 이뤄지면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연구시설 규제 완화 등이 가능해져 본격적인 기업 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약 2년 후에는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구역별로 건물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2032년까지는 전체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베드타운 넘어 미래 경제도시로"…10년 후 노원의 청사진
노원구의 장기적인 미래상에 대해서는 기존의 주거 중심 도시에서 기업과 일자리가 있는 경제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서 구청장은 "노원은 복지와 환경, 교육, 문화가 좋은 살기 좋은 도시지만 아직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교통망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후 노원은 지금과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기업과 일자리가 넘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미래 경제도시 노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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