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백악관 핼러윈 행사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저공비행 이벤트가 뜻밖의 소동을 불러왔다. 어린이들을 위한 깜짝 행사였지만, 이를 알지 못한 워싱턴DC 시민들은 테러나 항공기 추락을 우려하며 공포에 휩싸였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핼러윈 주말이 시작되는 전날 오후 5시 45분께 에어포스원이 백악관 야외 행사장 위로 저공비행했다.
핼러윈을 맞아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행사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행사장 밖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비행 이벤트를 알지 못했던 시민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대형 항공기에 놀라 불안감을 호소한 것이다.
에어포스원은 이후에도 한 차례 더 백악관 상공을 날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항공기 추적 데이터를 인용해 이 항공기가 워싱턴DC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고도가 122∼305m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는 백악관과 연방의회, 주요 정부 부처 등이 밀집해 있어 미국에서도 항공기 운항이 가장 엄격하게 제한되는 지역 중 하나다.
통상 비행이 금지된 백악관 주변에서 대형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낮게 날자 2001년 9·11 테러를 떠올린 시민들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소셜미디어에 "거리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적었고, 한 전직 미국 외교관은 "저공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테러나 추락 사고인 줄 알았다"며 "전혀 유쾌하지 않은 장난"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DC 시 당국도 사전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워싱턴DC 시 의회는 엑스(X·옛 트위터)에 "워싱턴 도심과 펜타곤(국방부 청사), 공항에 있는 사람들은 저공비행이 있기 불과 15분 전에야 통보받았다"며 "우리 시의회 당국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놀랐다"고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항공기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안전을 위해 백악관에서 직선으로 4마일(약 6.4㎞)가량 떨어진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202편의 이·착륙이 지연됐다.
WP가 입수한 관제탑 녹음에서도 당시 현장의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드러났다.
오후 5시 49분께 한 조종사가 "저 비행기는 몇 번이나 더 저공비행을 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관제사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하는 음성이 담겼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