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이 사실상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습니다.
호반이 실제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것인지, 그동안 계속 밝혀왔던 투자 차익이 목적인지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산업부 이서후 기자와 살펴봅니다. 이 기자, 우선 호반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바로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면 어느 쪽이 유리합니까?
<기자>
현재 지분 구도만 보면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맞습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7%에 델타항공(14.90%), LX판토스(3.83%), GS리테일(1.5%), 네이버(0.99%) 등을 더하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0%를 웃돕니다.
여기에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산업은행도 주요 변수입니다.
IB업계에서는 산은이 당분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데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이어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작업도 남아 있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지분 매각을 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호반은 지난 7월 기준 한진칼 지분 20.15%를 보유해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0.42%포인트까지 좁혔습니다.
이후 1% 미만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 회장 측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조 회장도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 약 370억5,000만원어치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다음달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인데요.
거래가 완료되면 조 회장 측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0.57%에서 21.06%로 늘어나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호반이 과거 다른 기업에 투자했던 사례를 보면 경영권 확보가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요?
<기자>
호반의 과거 투자 행보를 보면 지분 매입이 반드시 경영권 확보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호반은 2014년 금호산업 지분 6.16%를 매입해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약 3개월 만에 지분을 처분했습니다.
지난해에는 LS 지분을 4%대까지 확보했다가 매각해 1000억원대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됩니다.
호반은 LS전선의 경쟁사인 대한전선의 모기업이기도 한데요. 양사는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부스덕트 특허침해 소송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었고, 대한항공이 LS가 발행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인수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양측은 사업 협력과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호반의 지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반호반 연대'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한진칼에서는 지분을 매각한 뒤 다시 사들이는 등 장기적인 지분 확보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호반은 2022년 12월 보유 지분 5.0%를 팬오션에 1,259억원에 매각했다가, 이듬해 12월 팬오션이 보유한 지분 5.85%를 1,628억원에 다시 사들였죠.
이후 KCGI가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까지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 왔습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호반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입니까?
실제 경영 참여에 나설지가 관건이겠군요.
<기자>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호반의 지분 확대 목적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산업은행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데요.
호반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고 이사 후보를 추천할지가 핵심입니다.
실제 이사회 진입을 추진한다면 2020년 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 연합 이후 약 6년 만에 한진칼에서 표 대결이 재현될 수 있습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이사회 구성은 그룹 전반의 지배력과도 연결됩니다.
호반이 한진칼 이사회에 진입할 경우 단순히 주요 주주 한 곳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의 항공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지분 경쟁은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누가 되느냐를 넘어, 한진그룹 항공사업 전반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커질 전망입니다.
영상편집:조현정·이유신, CG: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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