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대한 편견 깨고 싶었다"…MBC '불어라 미풍아'

입력 2017-01-08 11:00   수정 2017-01-08 11:02

"탈북자에 대한 편견 깨고 싶었다"…MBC '불어라 미풍아'

탈북자 여성의 대비되는 삶 전면에 내세워…시청률 20% 눈앞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오마니 와 그라요?"

"미풍이가 할아바디를 찾고 있었던기야?"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쓰는 사투리가 38선을 넘어 북으로 올라갔다.

감초 캐릭터도 아니고, 엄연한 주인공이다. 또 이들이 노는 무대는 단막극도 아니고 50부짜리 주말극이다.

이들 캐릭터의 등장이 안방극장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는 불문가지다. 더욱이 시청률이 2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이 드라마를 본다는 얘기다.




탈북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MBC TV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본 구도는 여느 '막장' 드라마의 선악 대비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타이틀 롤 미풍(임지연 분)과 그의 반대편에 선 악녀 신애(임수향)를 모두 탈북자로 설정해 한국 드라마의 캐릭터와 이야기의 외연을 확대했다.


◇남북한 주민이 동시에 보는 드라마

이렇듯 나름의 '미덕'을 갖춘 '불어라 미풍아'는 지난해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실제 이야기, 그의 증언과 겹치며 에스컬레이터를 탄 상황이다.

최근 탈북한 인사 중 가장 고위급인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민주화와 발전상을 체감하고 동경하게 된다고 증언했다.





그는 "북한이 주민 통제 못 하는 게 마약과 한국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는 '불어라 미풍아'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촛불을 들고 임진강으로 가서 통일을 기원하는 장면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기도 했다.

'불어라 미풍아'의 주인공 미풍은 북한에서 평양의 상류층이었다. 미풍이 아버지가 고위 간부였고, 그 덕에 마카오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북을 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고 심지어 미풍이의 아버지와 오빠는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최근까지 알려졌다.




'불어라 미풍아'의 윤재문 PD는 8일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남북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태영호 전 공사의 증언 이전에도 우리 드라마를 북한 주민들이 하루 이틀 시차로 접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윤 PD는 "우리 드라마를 북한에서 많이 봐서 다 남한으로 넘어오는 거 아냐?'라고 농담을 했더랬다"라며 웃었다.

그는 "실제로 탈북자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말 가족극이 그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면 북한 주민, 탈북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탈북자의 삶에는 드라마틱한 요소 많아"

목숨을 건 탈북,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갖가지 시행착오, 같은 민족이지만 차별과 편견에 시달려야 하는 고충 등 탈북자들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윤 PD는 "탈북자들의 이야기에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아주 많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고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 한국에 정착해 겪는 상황들이 우리 드라마 속 이야기보다 더 드라마틱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고대하던 가족을 겨우 만났는데 나중에는 서로 부담스러워지고, 재산 다툼이 일어나기도 해요. 또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편견 등에 따른 정신적인 어려움도 크더라고요. 이웃에 탈북자가 산다고 하면 조금은 시선이 달라지잖아요?"







북에서 금수저였던 미풍이 가족은 남한에서 흙수저가 된다. 도도한 사모님이었던 미풍이 엄마는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됐고, 발레를 배우고 마카오 유학을 했던 미풍이는 의류 도매시장에서 배달 일을 한다. 여러 장애를 뚫고 어렵게 한 결혼도 시어머니의 구박과 멸시 끝에 결국 이혼에까지 이르렀다.



◇자극적인 내용은 아쉬워

10%대 초반에 머물던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지난달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악녀의 활약이 분노지수를 상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불어라 미풍아' 역시 선악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자극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여느 주말극과 비슷하다.





미풍이는 한없이 착하고 바르며 양심적이지만, 악녀 신애는 그런 미풍이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온갖 배은망덕,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다.

북에서 거지처럼 살던 신애를 거둬 키워준 게 미풍이 엄마인데, 신애가 미풍이 가족을 속이고 미풍이의 신분을 도용해 미풍이 할아버지의 천억대 재산을 차지하려고 하는 상황은 '북한'이라는 키워드만 제거하면 지금껏 많이 보아온 이야기다.

대부분 막장 드라마가 그러하듯, 악녀의 악행이 액셀을 밟을수록 시청률은 오르기 마련. 또 때마침 죽은 줄 알았던 미풍의 아버지가 기억을 잃은 채 살아 돌아온 것도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윤 PD는 "주말극의 기존 유형대로 주인공과 배치되는 캐릭터를 설정하게 됐다"며 "탈북자 얘기지만 결국은 다 사람 사는 이야기 아니겠냐"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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