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는 불안하대요"…AI 영향 닭강정 거리 '찬바람'

입력 2017-01-08 08:00  

"닭고기는 불안하대요"…AI 영향 닭강정 거리 '찬바람'

인천 신포국제시장 AI·中 관광객 감소로 매출 '직격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6일 오전 '전통 닭강정' 간판이 즐비한 인천시 중구 신포국제시장은 새해 정초답지 않게 적막만 흘렀다.

사상 초유의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로 닭고기 소비가 줄면서 인천 8미(味) 중 1위로 꼽힌 신포 닭강정 거리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보통 크리스마스와 연말부터 새해 초까지가 닭강정 손님이 가장 몰리는 성수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상인들은 울상이다.





35년째 신포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며 골목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임금택(68·여) 씨는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지만 AI 사태가 더욱 길어질까 봐 근심이 크다.

닭고기 수요가 떨어지면서 육계(식육용 닭)와 생계(살아있는 닭) 값이 하락하긴 했지만, 한두 달 뒤에는 오히려 값이 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게마다 가슴을 졸이고 있다.

임 씨는 "뉴스에서 달걀값은 오르고 닭값은 폭락했다고만 하지만 정작 닭집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료비 변동 폭이 커서 한두 달 뒤 닭값이 크게 오를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AI 사태로 인해 닭고기 수요량이 줄기 전에 육계 업체들이 물량을 대거 시장에 풀면서 육계 시세가 일시적 하락세인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생계(1㎏ 기준) 도매가는 지난달 중순 1천890원에서 2일 1천490원으로 폭락했다가 6일 다시 1천590원으로 오르며 차츰 회복세를 보였다.

텅 빈 가게를 둘러보던 임 씨는 "아무래도 닭고기는 불안하다는 심리가 큰 것 같다"며 "초복과 말복을 빼면 연말 매출이 가장 높아서 주말이면 하루 평균 1천200여 마리가 팔렸는데 지난해 말에는 하루에 800마리만 나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지면서 상인들은 시장을 종종 찾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줄어들까 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신포국제시장은 인근 차이나타운이나 송월동 동화마을과 함께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 코스다.

상인들은 하루에만 평균 7∼8대의 중국인 관광버스가 들어오곤 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뜸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시장 근처에 있는 공영주차장들도 차가 없어 텅텅 비었다.

실제 인천시는 올해 자체 마케팅으로 포상관광·기업회의 단체관광객을 4만 명가량 유치하긴 했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15년째 닭강정 가게를 운영했다는 한 주인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출에서 큰 비중은 차지하지 않아도 닭강정 한 박스씩 사가면서 활력을 불어넣곤 했는데 그것마저 요즘은 뜸한 분위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가게는 이날 문을 연 지 3시간이 넘었는데도 '마수걸이'조차 못 했다. 아무리 적어도 평일 하루평균 매출이 15만 원은 됐지만, 지난주 하루평균 매상은 4만 원도 안됐다.

골목 안쪽 가게 서너 곳은 정오까지도 불이 꺼진 채였고 문을 연 가게 몇 곳도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형국이었다.

신현길 신포국제시장 상인회장은 8일 "AI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닭강정 가게마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정도로 경기가 얼어붙었다"며 "열로 조리된 닭은 AI 감염 가능성이 없으니 안심하고 우리 닭을 많이 소비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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