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입시제도에 사교육 팽창…빈부세습·소비위축 초래"

입력 2017-01-12 06:16  

"복잡한 입시제도에 사교육 팽창…빈부세습·소비위축 초래"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이승환 기자 = 도를 넘어선 사교육 열풍이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 달에 수 백만에 이르는 학원비 부담만으로도 소비 위축, 지역별 격차 조장, 빈부 세습 등 수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과열 현상의 원인으로 '복잡한 입시제도'를 꼽았고,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부터 '무한경쟁'을 치러야 하는 잘못된 교육제도를 근본적 배경으로 거론했다.

압구정동에 사는 학부모 박 모(54)씨는 "학원비 자체가 오르는 것보다, 이전보다 학원을 훨씬 더 많이 다녀야 한다는 게 문제"라며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수시(모집) 비중이 커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수시에서는 내신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특정 학교 출제경향 등까지 분석해 '맞춤형' 수업을 하는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씨는 "과목별로 문제 1개만 틀려도 과목별 내신 1등급이 내려가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내신뿐 아니라 수능도 챙겨야 한다. 수시 모집을 통해 대학에 가려면 수능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신 준비도, 수능 준비도 모두 학원에서 해결하다 보니 빚까지 내가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가정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학교 내외 각종 경진대회 수상과 과제 제출 등 이른바 '비(非) 교과' 부문에서 점수를 얻는 것도 수시 모집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부문의 학원비 부담까지 추가된다.

강혜승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좋은 대학에 가려면 좋은 고등학교에 가야 하고, 좋은 고등학교에 가려면 좋은 중학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부모들은 그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결국 맞춤형 교육을 내놓는 사교육 시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통계청 조사 등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며 "지금 입시 구조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 학생들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진단했다.





사교육 시장 과열에 따른 빈부 사회계급 세습, 체감 물가 상승 등의 폐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강 지부장은 "더 경제력 있는 학부모가 사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잘 사는(소득수준이 높은) 동네에 양질의 학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지역에서 비싼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동안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잊히고, 결국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다른 학교에 간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흙수저 또는 금수저로 갈리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교육비는 식비, 주거비 다음으로 가계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저소득층도 자식들을 교육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더라도 학원비 지출을 줄이기 힘든 상태에서 학원비 부담이 늘면 체감 물가 상승 폭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벌을 타파하고 대학 간 서열을 없애야 학부모들이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욕심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mj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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