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언어학자 촘스키, 다시 '언어의 의미'에 답하다

입력 2017-01-12 18:42  

89세 언어학자 촘스키, 다시 '언어의 의미'에 답하다

신간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확히 60년 전인 1957년, 29세의 젊은 미국 학자였던 놈 촘스키는 언어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 '통사구조'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이라는 이론을 주장했다.

촘스키 이전까지 대부분의 언어학자는 인간이 한 말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촘스키는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있고, 기본적인 문법 원리만 익히면 변화를 주면서 무한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언어의 바탕에 있는 원리였다.

그러나 '변형생성문법'으로 선배들을 논박했던 촘스키도 후학의 공격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촘스키의 제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의 맥락과 화자의 체험을 강조하는 '인지언어학'을 만들어 스승과 대립했다.

이제 촘스키는 90세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언어란 무엇인가'는 여전히 명쾌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신간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와이즈베리 펴냄)에서 촘스키가 다룬 주제 중 첫 번째가 바로 언어의 의미다.

촘스키는 이번 책에서도 "언어는 유한한 수단의 무한한 활용을 수반한다"며 기존의 주장을 거듭한다. 그러면서 언어의 특성을 규명할 수 있는 보편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분명한 오해라고 강조한다.

이어 언어는 인간이 설계하는 도구가 아니라 척추나 다리처럼 '생물학적인 실체'라고 규정하면서 "언어의 기능과 목적이 오직 의사소통이라고 보는 것은 도그마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언어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촘스키는 두 번째로 '인간 이해력의 한계'를 논한다. 그는 인간의 인지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 뒤 인간이 풀 수 있는 질문을 '문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미스터리'로 구분한다.

그러나 '미스터리'의 존재가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촘스키는 '미스터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질문에 대해 더 나은 설명을 찾으려고 끝없이 탐구한다고 말한다.

좌파 성향의 '비판적 지성'으로 불리는 촘스키는 '공공선'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공공선에 대한 관심을 통해 교육 제도부터 노동 여건에 이르기까지 처참한 정책들이 미치는 지독한 영향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현대 국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낸다.

구미화 옮김. 248쪽. 1만4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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