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빈곤 지수 악화 등 사회상 반영된 우발적 범행
"국민 만족 느낄 다양한 목표 제시돼야 줄어들 것"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못을 박거나 뽑는 데 사용하는 장도리를 휘두르거나 우산으로 찌르는 등 흉기가 아닌 둔기를 마구 휘둘러 상대방을 숨지게 하는 '잔혹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제 불황 등 우울한 세태를 반영하듯 살해 범죄도구 자체가 다양해지면서 범죄가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에 실업률이 오르고 경제난이 지속하면 화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잔혹한 도구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25분께 대전 동구 인동 모 식당 앞 도로에서 법인택시 운전사인 A(47)씨가 자신의 택시 앞으로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개인택시 운전사 B(63)씨와 시비가 붙었다.
말다툼을 벌이던 A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B씨 말에 격분해 자신의 택시 안에 있던 장도리를 들고나와 택시에 앉아 있던 B씨의 몸을 10여 차례 내리쳤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경찰은 행인들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 현장에 있던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갑자기 끼어들더니 자기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A씨를 조사한 장현수 팀장은 "A씨가 차량 수리 등을 위해 싣고 다니던 장도리를 꺼내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몸이 부딪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들고 있던 우산으로 찔러 살해한 남성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지난해 4월 17일 오전 4시께 대전 서구 한 빌딩 입구를 지나가면서 입구에 서 있던 D씨 몸을 건드렸다. 이때 D씨가 손으로 C씨 어깨를 밀쳤고, 일행끼리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C씨는 들고 있던 우산의 뾰족한 부분으로 D씨 왼쪽 눈을 찔렀고, 뇌내출혈 등으로 뇌사에 빠진 D씨는 사흘 뒤 치료 도중 숨졌다.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들이 피해자의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됐다"며 "양형기준상 권고형 범위 하한인 징역 3년보다 낮아 C씨 주장처럼 형이 무겁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 등 우울한 세태를 반영된 이런 범죄가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올라가고 경제지수나 빈곤 지수 등이 악화하면서 갈등관계도 빈발하게 되고, 결국 범죄 양상으로 표출된다"며 "우선은 경제가 좋아져야 해법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저성장 시대에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다른 분야에서라도 국민이 만족감을 느낄 다양한 목표가 제시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당분간은 우발적인 잔혹 범죄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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