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쇼 같은 내각후보 면접…통합보다 자기사람 중심 아웃사이더 인선
공장이전 제동 등 '일자리 창출' 매진 모습 연출…트위터로 판 뒤집기
러 두둔-'트럼프 X파일'-대선공약 빈껍데기 논란에 취임전부터 흔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3일간의 정권인수 기간을 마치고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드디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8일 대선에서 승리하고, 이틀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회동을 시작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며 정권 인수작업에 매진해 왔다.
◇트위터 한 줄로 '판 뒤집기'
'아웃사이더'답게 정권인수 기간은 파격과 논란의 연속이었다.
짧은 기간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 성과도 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트위터 정치'와 틀을 깨는 인선 방식, 격식을 파괴하고 정책 기조를 180도 바꾸는 외교 행보, 주류 언론과의 지속적인 마찰 등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인수 기간 공식 기자회견은 지난 11일 단 한 차례 열었을 뿐 대부분 주요 메시지를 트위터 한 줄로 대신했다. 주요 기업의 공장이전을 막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쿠바와의 외교관계 조건부 재단절 시사 등도 모두 트위터를 통해 나왔다.
트위터에 매진하는 것과는 반대로 주류 언론과는 내내 거친 장외 설전을 주고받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조각작업 매진…'3G 내각' 비판
내용적인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정권 인수위 발족과 초대내각 조각작업이었다. 주요 정책과 관련해선 자신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새 정권출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와 자신을 보좌할 초대내각을 제대로 꾸리는 것이 트럼프 정부 첫 출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을 기했다.
대선 승리 사흘만인 11월 11일 인수위원장을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으로 전격으로 교체하고 인수위 및 내각 참여 대상자들로부터 '퇴임 후 5년간 로비금지 서약서'를 받는 등 초반부터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어 같은 달 14일 백악관 수석전략가(스티브 배넌)와 비서실장(라인스 프리버스)에 관한 첫 인선을 단행한 뒤 사흘 후인 18일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클 플린), 법무장관(제프 세션스), 중앙정보국 국장(마이크 폼페오) 3인의 안보팀 발표를 필두로 각료 후보들을 속속 확정했다.
주요 후보자들을 뉴저지 주(州) 베드민스터의 골프클럽으로 불러 '면접'을 보고 이를 공개하면서 국정을 '리얼리티 TV쇼'처럼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극우 성향의 배넌 내정자, 인종차별 논란 세션스 내정자 인선 등을 둘러싸고는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인선 과정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은 것은 외교사령탑인 국무장관 인선이었다.
자신을 끝까지 반대한 당내 '정적'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강경 지지층의 반대로 극심한 진통을 겪다가 내부 권력다툼 양상만 노출한 채 한 달이 흐른 지난달 13일에야 겨우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으로 확정했다.
이마저도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친분을 자랑하는 '친(親)러시아 인사라는 점 때문에 야당 민주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공화당 중진들로부터도 끊임없이 공격을 받았다.
더욱이 서민과 중산층의 대변자를 자처한 것과 달리 초대내각이 '3G 내각'으로 꾸려지면서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3G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군 장성(Generals), 억만장자 초갑부(Gazillionaires)에서 따온 머리글자로, 이들을 중심으로 채워진 트럼프 내각을 꼬집는 말이다.
◇핵심 공약 일자리 창출 조기에 성과
트럼프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형식과 절차 면에서 논란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성과를 냈다.
대선 기간 미국 주요 기업의 공장 외국 이전을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17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 포드가 켄터키 주(州)의 '링컨MKC' 모델 조립라인을 멕시코로 이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자랑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보복관세 부과' 협박카드를 앞세워 여러 기업의 공장이전 계획을 무산시켰다. 심지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에까지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제작업체 보잉과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F-35' 제조사 록히드마틴도 트럼프 당선인의 가격 인하 압박에 꼬리를 내렸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사장,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잭 마) 회장,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프랑스업체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 등을 뉴욕 트럼프타워로 불러 투자확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차이잉원 통화-하나의 중국 폐기 시사 외교행보 논란…북핵 경고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면 주요 외교 현안과 관련해서는 향후 '새판짜기'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어쨌든 외견상 논란만 키운 형국이다.
지난달 2일 차기 미국 정상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같은 달 11일에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 무역 문제를 포함해 다른 사안들과 관련한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이보다 앞선 11월 28일에는 트위터에서 "만약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협정들을 끝내겠다"며 반세기 만에 정상화한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다시 단절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자 다음 날 트위터에서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해충돌 차단 위해 사업체와 절연…美대선해킹 러 두둔-트럼프 X파일 논란-공약 빈껍데기 우려 부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과 사업가로서의 이해충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신탁에 맡기고 회사 경영권은 두 아들에게 넘긴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완전한 백지신탁이 아니라 이해충돌 소지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정권인수 기간 내내 트럼프 당선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미 정보당국의 공식 기밀 브리핑을 받기 전까지 러시아가 자신을 도우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간부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푸틴 대통령을 공개 두둔해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더욱이 최근 러시아가 '섹스 비디오' 등 자신의 약점이 담긴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갖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곤혹한 입장에 빠진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국무와 국방, 국토안보 장관 내정자들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친(親)러시아 정책, 동맹 재조정, 물고문 부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무슬림 입국 제한 등 핵심 대선공약에 대해 작심한 듯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정권출범 전부터 '공약 빈껍데기' 논란이 이는 것도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갤럽 여론조사(1월4∼8일·1천32명) 결과 지지율이 44%에 그쳐 역대로 취임 직전 최저 지지율을 기록 중인 것도 달갑지 않은 점이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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