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옥 잡지 '월간 한옥' 박경철 편집장 "장인 목소리 담겠다"

입력 2017-01-15 17:55  

첫 한옥 잡지 '월간 한옥' 박경철 편집장 "장인 목소리 담겠다"

"한옥이 우리 정체성? 정작 장인은 홀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식당부터 카페, 치과, 갤러리,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많은 공간이 한옥에 둥지를 틀면서 한옥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한옥 마을에서 주말 연휴를 보내거나 아파트를 한옥 인테리어로 꾸미는 것으로 한옥살이의 욕망을 충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옥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정작 그 전통을 계승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내 최초의 한옥 전문 잡지인 '월간 한옥'이 만들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한옥을 소개할 때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라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정작 그걸 짓고 만드는 사람들을 (장인이 아닌) '노가다'로 생각하죠. 한옥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월간 한옥' 박경철(45) 편집장은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잡지 창간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문화재 보수·복원 기술자 7천 명이 소속된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일이 잡지 창간의 계기가 됐다.

"정부가 예술인패스카드(문화예술관람비 지원 카드)를 만든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결국 반려됐어요. 지원대상에 건축가는 포함되는데 한옥 목수는 안 된다는 거죠. 이것이 우리가 '정체성'이라고 하는 한옥 짓는 사람에 대한 인식입니다."

그에 앞서 수련 과정을 포함해 5년 가까이 목수로 생활했던 박 편집장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들 너무 먹고 살기가 어렵다"면서 "벌이가 적으니 사람들이 갈수록 안 하려 하고, 이러다 대가 끊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2월 개최된 제1회 서울한옥박람회 준비 과정에서 자신과 인식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박 편집장은 작년 여름부터 잡지 창간을 준비했다.


'월간 한옥'은 창간호에 실릴 이귀섭 창호장과 윤대길 조선건축사사무소 소장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한옥 짓는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한옥 정책도 '월간 한옥'의 주요한 아이템이다.

창간호에서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설 서울공예문화박물관 건립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 일대는 조선 시대 중앙관청에 소속돼 각종 물품을 만들던 경공장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장인들의 터였다는 취지를 살려 공예박물관을 만든다는 건데 지금은 장인들은 배제하고 교수들과 학예사들로만 가득 찬 미술관으로 가겠다는 것이거든요. 장인들의 목소리를 내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밖에 북한산 중흥사 만세루 복원 현장,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익선동 한옥 마을, 지난달 강릉에 들어선 오죽 한옥 마을, 강원도 영월의 김종길 고택 등 다양한 현장 취재기도 잡지에 담긴다.

독일인 한옥 건축가인 다니엘 텐들러 어반디테일 소장이 들려주는 독일과 한국의 전통 가옥 비교, 김원천 참우리협동조합 소장이 안내하는 중국의 고건축 탐방 등의 코너도 마련됐다.

'월간 한옥'이 그렇다고 장인들의 발언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옥 시공비 등 한옥살이나 한옥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도 수록할 예정이다.

인터뷰에 배석한 황용 ㈜'월간 한옥' 대표는 "한옥이 비싸다는 생각들을 하는데 맞는 부분도 있지만 아닌 부분도 있다"면서 "한옥이 귀족 건축이 아닌, 우리 전통 가옥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현장의 애로점이나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여론의 힘을 갖는 것과 일반인이 한옥을 합리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제대로 안내하는 것 두 가지를 '월간 한옥'을 통해 꼭 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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