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6·25전사자' 67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입력 2017-01-17 10:21  

'23세 6·25전사자' 67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故조영환 하사…軍, 7년여 유족 수소문 끝에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군의 남침에 맞서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자원입대했다가 23세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국군 전사자가 전사 67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7일 고(故) 조영환 하사의 유품과 신원확인통지서, 국방장관 위로패, 유해수습 때 관을 덮었던 태극기 등을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들이 조 하사의 딸 조규순(70·서울 은평구) 씨 자택을 방문해 진행했다.

1928년 경기 화성군 반월면 월암리(현 의왕시 월암동)에서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하사는 1950년 8월 수도사단 17연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조 하사는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순둥이 효자'로 불리는 청년이었다. 1946년 결혼 후 2년 뒤 딸을 낳아 행복하게 살던 중, 1949년 1월 3일 22세의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같은 해 1월 육군 직할 제17연대로 배치돼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6월 25~26일 옹진지구 전투, 7월 오산전투와 진천-청주 전투, 상주 화령장 전투, 함양-거창 전투에 각각 참전했다. 그해 8월 초 낙동강 방어 전투에도 나섰다.

낙동강 전선에서 기계-안강(포항) 일대에서 북한군 12사단의 진격을 저지한 조 하사는 1950년 8월 13일부터 30일까지 북한군 12사단과 치열한 교전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하사의 유해는 2009년 3월 경북 포항시 기북면 대곡리 무명 380고지에서 야전삽, 수통 등의 유품과 함께 발굴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신원을 확인하고자 법의·인류학적 감식에 이어 전사자 유가족들의 유전자(DNA) 비교 분석을 했지만, 일치하는 자료가 없었다.

조 하사의 병적대장 기록을 근거로 제적등본을 확보하고 그의 본적인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유가족을 찾기 위한 탐문활동을 벌였다. 그러던 중 경기도 의왕시에 조 하사의 남동생 조태환(63) 씨가 거주하는 것을 알아냈다.

남동생을 통해 서울에 전사자의 딸, 누나, 남동생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 가족 4명의 DNA 시료를 채취해 1차 분석한 끝에 유가족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딸 규순 씨와 남동생 태환 씨의 DNA 시료를 채취해 2차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22일 규순 씨와 부녀관계임이 확인됐다.

DNA 시료 채취를 담당했던 최원정(45) 탐문관은 "조 하사의 경우 발굴 현장에서 인식표를 찾지 못했고 다른 유품에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면서 "내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전사자 병적과 보훈처 자료 등을 분석해 유가족을 찾기 위한 탐문활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남동생 태환 씨는 "부모님이 살아 있을 때 형님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아버님은 형님이 소속된 17연대가 수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을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돌아다녔고, 어머님은 4년 전 101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지만 매일 형님 꿈을 꾸셨다고 말씀하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기존 살던 지역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집이 헐리고 이사를 하게 됐는데 그 뒤로 어머니가 아들이 서울로 올라왔는데 집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는 꿈을 꾼 뒤 형님이 집 근처에 올 수도 있으니 밖에서도 집 안을 훤히 볼 수 있도록 대문과 창문을 항상 열어 놓으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딸 규순 씨는 "할머니가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 사진 1장이 유일한 유품"이라며 "할머니는 매일 아침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아버님의 무사귀환을 빌던 분이셨는데, 조금만 일찍 아버님의 유해를 찾았더라면 할머니가 편안히 하늘나라로 떠나셨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하사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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