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저녁이면 퉁퉁 붓는 다리…중력의 법칙?

입력 2017-01-18 07:00  

[명의에게 묻다] 저녁이면 퉁퉁 붓는 다리…중력의 법칙?

간·신장·심장질환, 정맥기능부전이 원인일 수도

노년층은 걷기 운동으로 장딴지 근육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윤상섭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 오후가 되면 대부분 직장인은 다리가 부어서 무겁고 피곤하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신발을 살 때 오전보다는 오후에 사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런 생리 현상을 고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다리가 반복해서 붓거나 증상이 심하다면 다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의학적으로 '부종'(浮腫·edema)은 세포 사이에 있는 간질조직에 액체성분이 쌓이면서 간질액의 용적이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의 60% 정도는 체액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3분의 2는 세포내액이고, 3분의 1은 세포외액이다. 세포외액은 혈액과 간질액으로 구성되는데, 혈액이 여러 가지 이유로 혈관 밖으로 과하게 이동하면 부종이 발생한다.


다리가 붓는 증상은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만 나타난다. 키가 170㎝인 사람이 서 있을 때를 가정하면 심장과 발목 사이에는 중력이 작용해 동맥압과 정맥압이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건강한 사람도 이렇게 서 있는 게 계속되다 보면 만성 혈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부종은 직업상 오랜 시간 앉아있거나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생긴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가는 정맥혈은 중력을 거슬러 올라와야 하는데 다리가 온종일 아래로 향한 자세로 있다 보면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만약 평상시 오후에 다리가 붓더라도 아침에 일어날 때는 증상이 완화되는 정도라면 평상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둘수록 더 빨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다리 부종이 다른 질환의 신호일 때도 있다.

부은 다리를 눌렀을 때 들어간 자리가 오래 남는 '우묵 부종'(pitting edema)은 심장이나 간·신장 질환 등 전신 질환이나 정맥기능부전이 원인이다. 만약 다리에만 부종이 나타난다면 정맥기능부전일 가능성이 크다. 만성 정맥기능부전으로 인한 다리 부종은 다리를 올리고 있으면 다소 완화되고, 반대로 일어서면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만성 흡수장애나 간부전·신증후군처럼 혈장 삼투압 감소로 생긴 부종은 자세를 바꿔도 증상의 변화가 없다.

한쪽에만 나타나는 다리 부종은 심부정맥혈전증·정맥기능부전·종양 등으로 정맥이 눌리면서 정맥혈의 흐름이 방해될 때 주로 생긴다. 악성종양이 전이됐거나 방사선 치료로 림프관이 막힐 때도 나타난다.

이에 비해 양쪽 다리가 다 붓는다면 주로 전신질환이 원인이다. 오른쪽 심장기능부전증이나 폐고혈압, 만성 신부전·간부전, 심한 영양불량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갑자기 다리가 붓는 급성 부종은 정맥혈이 막히는 급성 심부정맥혈전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카테터를 좁아진 혈관에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히는 '경피적 혈전제거술'로 치료하고 항응고제를 일정 기간 복용해야 한다.

만성 부종은 정맥 판막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만성 정맥기능부전을 일으켜 정맥혈이 역류하면서 나타난다. 정맥혈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면 다리에 고이면서 혈관 내 압력이 높아지고 정맥이 늘어난다. 하지정맥류가 대표적이다. 피부 바로 밑에 있는 표재정맥의 지름이 3㎜ 이상 늘어나고 육안으로 구불구불하게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정맥혈이 막히면 만성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두 질환 모두 정맥 고혈압을 완화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다. 먼저 역류인지 막힌것인지 원인을 진단하려면 혈관초음파 검사가 필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약물치료를 받거나 고탄력스타킹을 신는다. 다양한 정맥 수술법이 발달했지만, 아직도 고탄력스타킹을 이용한 압박 치료는 매우 중요한 치료법이다. 압박 스타킹을 신으면 근육펌프 작용과 미세순환에 도움을 주면서 정맥 고혈압도 개선된다.

이는 근육을 직접 압박하면서 혈관을 수축하는 힘이 세지고 장딴지 근육의 펌프 작용도 증가하는 원리다. 또 모세혈관의 수분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부종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피부·피하조직에 영양소를 확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결국 부종이 감소하면서 피부의 모세혈관 밀도가 증가하고 미세순환도 좋아지게 된다.

점점 나빠지는 부종을 방치하면 원래 갖고 있는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보존적인 치료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이상이 생긴 정맥이나 늘어난 정맥을 없애는 식이다. 최근에는 레이저나 고주파 열에너지를 이용해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폐쇄하는 치료법도 보편화하고 있다.

다리 부종을 예방하려면 수시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너무 꼭 끼는 옷이나 하이힐은 정맥의 흐름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노년층은 꾸준히 걷는 운동으로 장딴지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맥혈은 주변 근육이 운동하는 힘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리로부터 심장으로 정맥혈을 올리는 힘을 키우면 부종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직업상 장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는 고탄력스타킹을 신고 수시로 발목을 움직이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 윤상섭 교수는 198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외과 과장이다.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투석접근학회에서 보험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윤 교수는 신장·췌장 이식과 혈관중재수술로 명성이 높다. '혈역동적 힘의 변화에 따른 동맥질환 발현'과 관련한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한외과학회와 대한혈관외과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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