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스티글리츠 "1% 부자들이여, 세금을 내라"

입력 2017-01-17 16:44  

노벨상 스티글리츠 "1% 부자들이여, 세금을 내라"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부의 불평등이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떠올랐다. 2016년 세계사적 대이변으로 기록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정치 이단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배경에도 불평등한 부가 자리 잡고 있다. 내로라하는 거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집결한 가운데 17일 개막한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 문제와 씨름할 것이 틀림없다. 경제적 불평등은 그만큼 해소하기 어려운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의 해법은 간단하다.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CNN에 16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에 따르면 부의 불평등은 도덕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 정치 문제다. 보통 사람들이 대기업 제품을 사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면 대기업들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위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 결과에서도 부가 불평등하지 않은 나라일수록 잘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 성장 결과 일반 대중이 정당한 몫을 돌려받지 못하면, 이들은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경제, 정치 시스템에서 등을 돌리게 마련이라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적했다. 세계화로 대중이 경제적 손실을 보면 세계화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현재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존속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미국 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미국 국민 하위 90%의 평균 소득은 지난 4반세기 동안 정체됐다. 지난해에는 미국인 평균 수명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부의 불평등이 몰고 온 부작용이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의 조사 결과를 보면 불평등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지 드러난다. 2014년 세계의 '수퍼 리치'(초고액자산가) 85명은 전 세계 소득 순위 하위 절반의 인구가 소유한 부의 합계에 해당하는 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올해는 그 수퍼 리치의 수가 불과 8명으로 줄었다. 하위 절반 인구의 규모는 무려 36억 명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불평등 해소에 시장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빈부 격차가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 지속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제일 책임이 납세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파나마, 케이맨 제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처를 통해 합법ㆍ편법 절세를 하지 말고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을 유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가 거의 20년 동안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을 '똑똑'한 처신으로 내세우거나,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이 수익의 0.005%만 세금을 낸 것을 자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것은 똑똑한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짓이다.

초고액자산가들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연간 140억 달러의 손실을 본다. 이는 아프리카의 기아 인구 400만 명을 먹여 살리고, 이 대륙의 모든 어린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돈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납세 외에 ▲합당한 임금 ▲기술, 직원 등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이익을 내는데 그 기업의 정규직 직원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기업들의 임원은 직원 평균 임금의 300배에 해당하는 급료를 챙긴다. 이런 과도한 격차는 생산성 차이로 설명될 수 없다. 임직원 간 과도한 임금 격차에 회사의 장기 성장은 제물이 되기에 십상이다.

대기업들은 점점 장기적인 사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반면 주주 배당은 늘리고 있다. 영국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1970년대에 10%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70%에 이른다.

거대 다국적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 중에는 지속 가능한 부는 '나뉜 부'라는 사실을 깨우친 선각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부의 불평등이 계속 심화하는 나라에서는 장기 투자, 빠른 성장, 부의 분배를 위해 법과 규칙을 새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k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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