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보호무역 쓰나미' 지구촌 덮치나

입력 2017-01-18 12:01   수정 2017-01-18 14:54

[트럼프 시대] '보호무역 쓰나미' 지구촌 덮치나

관세장벽 위협·무역협정 무용론, 트럼프 취임 직전까지 이어져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점은 전 세계 각계각층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무역이나 통상 관계자들의 놀라움은 외교나 안보 분야 종사자들 못지않게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선 유세전에서는 물론이고, 당선 이후에도 거듭 중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와도 무역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트럼프의 통상정책에 대한 시각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트럼프의 자유무역협정 무용론이다.

'취임 즉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와 같이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 했던 미국 자동차회사들에 대해 트럼프는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고 위협했고, 자동차회사들은 결국 멕시코 투자계획을 보류 또는 철회했다.

이런 행동이 NAFTA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의 '멕시코 때리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도 다른 여러 나라 회사들처럼 멕시코에 세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부터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해 왔다.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중국이 환율과 무역 정책에서 진전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 공세에 대해서는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비교적 높은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경제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 강한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정치적인 수단을 쓸 수 있다는, 다시 말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장관이나 백악관 내 보좌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보호무역주의 시각을 그대로 내보였다.

초대 상무장관으로 내정된 윌버 로스는 대선 기간에 트럼프의 경제고문 역할을 하면서 지난해 9월 자유무역협정(FTA) 비판에 관한 정책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로스는 보고서에서 "한미FTA는 힐러리 클린턴이 추진한 실패한 협정이며, 이로 인해 9만5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공화당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새로 만든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위원장으로 일할 피터 나바로 교수는 중국에 대해 '초강경'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며, 한미FTA와 같은 FTA 비판 보고서를 지난해 9월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함께 작성했던 인물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트럼프가 지명한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 역시 법무법인에서 일할 때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 철강업체들의 반덤핑 제소 업무를 맡는 등 보호무역 쪽에 기운 활동을 해 왔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시행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경제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대체로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는 지난 16일 열린 원격회의에서 트럼프가 "무역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트럼프 본인을 비롯해 무역·통상분야 보좌진이 한결같이 보호무역 성향을 보이는 데 대해, 미국 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게 된 본질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는 대신 엉뚱한 희생양 찾기에 나선 데 따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저가 상품을 쓰지 못하면 미국에서도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나, 미국 기업들 역시 미국 못지않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점 등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성향을 비판하는 이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다.




물론 트럼프의 통상정책에 대한 옹호론도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라이시저 USTR 대표 지명자가 "무역전쟁을 일으키지 않고도 잘못된 점을 고쳤던" 이력을 갖고 있다며,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그동안의 국제통상 기조에 대해 트럼프가 가진 반대 의견을 원만한 수단으로 실천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어떤 통상 정책을 펴게 될 지에 대해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강경 기조는 분명히 예상되지만, 막무가내식으로 무역전쟁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돼 있다.

미국의 정책분석 전문업체 스트랫포는 트럼프 정부가 겉으로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철강을 비롯한 제한된 수의 업종만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전문매체 시킹알파(Seeking Alpha)는 트럼프의 통상분야에 대한 강경 발언들이 결국 선거운동용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정부를 이끌고 지지자 뿐 아니라 반대자들도 상대해야 하는 현실 행정을 하다 보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했던 강경한 주장들을 실천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일할 렉스 틸러슨은 지난 11일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TPP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TPP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 협정(TPP)이 합의될 때 모든 미국인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했는지에 관한 그(트럼프)의 의견 중 일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시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다른 장관 내정자들처럼 틸러슨도 '소신 발언'을 했다면서도, 미국에서 TPP 재협상에 나서는 등 TPP 문제에 대해 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JP모건 투자은행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열린 전화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옳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smi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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